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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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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운전사들의 파업으로 전국 최대의 철강물류기지인 포항시가 마비되다시피 했는데도 경찰이 보여준 사태인식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포스코의 철강수송 통로가 봉쇄돼 물류가 중단됐는데도 경북지방경찰청은 “화물연대 운전사들은 개인사업자이므로 불법파업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집단행동 부분은 불법적 요소가 있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앞서 포스코는 화물연대 포항지부장 등 2명을 업무방해로 경찰에 고소한 상황이었다.
경찰은 파업기간 내내 ‘좀 더 지켜보자. 함부로 공권력을 투입했다가는 오히려 사태가 더 번질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번 파업으로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 포항철강공단 업체들은 “일단 정문의 봉쇄라도 풀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지만 경찰은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될 때까지 좀 더 지켜보자”며 출입문을 막고 있는 대형화물차를 치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산업과 다수의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불법적인 집단행동에는 적극 대처하고 중재와 협상을 통해 사태해결을 유도한다는 ‘상식’은 실종됐다.
지방자치단체도 마찬가지였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파업으로 국가 기간산업의 물류시스템이 마비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중재하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는 ‘면피용’ 자세를 보이는 데 그쳤다.
한 경찰 간부는 “옛날처럼 파업하면 공권력을 투입해 주동자를 연행하는 식으로 접근하기는 어려운 게 아니냐”며 “위(정부)에서도 노사문제에는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하는데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난감해했다.
경찰이 보여준 이 같은 ‘소극성’은 적극 개입했다가 경찰이 노조탄압을 했다는 비판을 받지 않을까 몸을 사리는 분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김두관(金斗官) 행정자치부 장관이 7일 경찰청을 방문해 “대통령이 사회적 약자 편이라는 생각 때문에 파업 등에서 불법적인 행위가 발생해도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는 이 같은 심리를 노조원들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과 일선 행정기관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의 경우 경찰이 초기단계에서 불법에 엄정대처하는 자세를 보였더라면 물류대란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법과 질서를 지키기를 머뭇거리는 공권력을 대다수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이러고도 정부는 국민의 불안심리가 근거없는 것이라고 가볍게 말할 것인가.
<포항에서>=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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