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특검 국내부분만 수사 하자”…한나라 박대행에 제안

  • 입력 2003년 3월 5일 0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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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4일 대북 비밀 송금 특별검사제법안과 관련, 특검의 수사 범위를 제한할 것을 한나라당측에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은 이를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열린 한국방송 76주년·공사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을 만나 “북한과의 관계를 샅샅이 뒤지면 외교적 신뢰가 깨진다”며 “수사 범위를 국내에서 벌어진 일로만 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송경희(宋敬熙)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제안은 특검이 자금조성 부분만 수사하고, 송금 부분은 수사대상에서 제외하자는 뜻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행은 “대북 송금이 주로 해외에서 이뤄졌는데 국내로 수사 범위를 한정하겠다는 것은 안 하자는 것과 같다”며 “공포도 안된 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노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박 대행은 “특검이 조사한다고 해도 북한에 가서 할 수 없는 것”이라며 “특검도 기밀을 누설하면 공무상 비밀누설로 처벌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 대행은 특검법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4가지 요구 중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 불기소 문제는 특검의 권한과 재량에 속하는 것으로 법으로 규정할 수 없어 안 받아들였지만 △특검 명칭 △수사 기간 단축 △기밀누설 방지 등 3가지는 들어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노 대통령은 다시 박 대행에게 “여야가 합의해서 가이드라인을 주면 (내가 특검법안에) 서명하기 편하다”며 “나도 서비스를 할 줄 안다. 찾아뵙겠다”고 말해 조만간 박 대행과 회동하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에 앞서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관련, “상황을 보고 판단할 문제이지만 이를 아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하면 (여야간) 협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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