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회장 구속]'비상장주株 평가방법' 공방 예상

  • 입력 2003년 2월 23일 19시 10분


22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태원 SK㈜ 회장이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서울지검 앞에서 승용차에 올라 타고 있다. -원대연기자
22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된 최태원 SK㈜ 회장이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서울지검 앞에서 승용차에 올라 타고 있다. -원대연기자
SK그룹의 부당 내부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의 구속을 고비로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앞으로 법리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다른 재벌기업들로의 수사 확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당수 재벌기업이 배임 등의 문제로 민형사 소송에 걸려있고 검찰도 “어떤 기업이든 문제가 있으면 수사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SK 수사 및 재판 전망=검찰은 19일 압수한 SK글로벌의 회계장부 등을 정밀하게 분석했지만 분식회계나 비자금 등에 대한 혐의점은 찾지 못했다. 검찰은 최 회장을 비롯한 SK 계열사 임원들에 대한 보강 조사와 함께 SK글로벌 등 계열사의 분식회계 혐의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열심히 뒤졌지만 비자금 장부는 찾지 못했으며, 지금으로서는 수사를 확대할 계획도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SK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는 부당 내부거래에 관여한 임원 1명을 추가로 형사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비상장 주식인 워커힐호텔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을 놓고 법리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검찰은 호텔업 외에 별다른 수익사업이 없는 워커힐호텔의 주식 가치를 SK측이 자의적으로 과대 평가했고,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아 배임혐의 적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SK측은 비상장 주식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세법상 과세 기준에 맞춰 세금을 내고 주식 가치를 정한 것은 업계의 관행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다른 재벌로 수사 확대될까=검찰은 SK그룹에 대한 수사가 범죄인지와 그에 따른 압수수색, 소환조사 등 원칙적인 수사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사가 새 정부의 재벌개혁 정책에 부응해 이뤄진 것이 아니며, 다른 재벌기업들에 대한 수사 역시 혐의가 있으면 ‘원칙’대로 하겠다는 것.

하지만 상당수 재벌기업이 이미 직간접적으로 수사망에 들어있다. 삼성의 경우 ㈜삼성에버랜드가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在鎔)씨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낮은 가격으로 발행해 재산을 편법 증여한 혐의로, 한화는 대한생명 인수와 관련한 분식회계 혐의로 각각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LG는 구본무(具本茂) 회장 등이 LG석유화학 주식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부분이, 두산의 경우 해외 BW 발행과 인수 및 행사 과정에서 박용성(朴容晟) 두산중공업 회장 등의 위법 행위를 이유로 한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는 금융감독원이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신빙성 있는’ 고발이 선행되면 이를 검토한 뒤 수사 확대 여부를 정한다는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 공정위가 21일 “4대 그룹의 부당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상반기 중 실시하겠다”고 밝힌 만큼 그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 착수 여부가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도마에 오른 재벌 사건만으로도 수사 착수의 충분한 단서가 된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재벌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택일(擇日)의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주요 기업 민형사 소송 등 현황
기업고발 및 소송 등 제기내용비고
삼성참여연대삼성SDS, 에버랜드 BW 저가 발행 통한 편법 증여서울지검에 배임 등 혐의 고발(삼성SDS 부문은 검찰 불기소처분에 대해 헌법소원 제기한 상태)
삼성종합화학 주식 저가 처분 및 이천전기 인수 대금 사용 등3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2심 진행 중(1심에서 977억원 배상판결)
이재용씨 등 삼성SDS의 BW 인수 과정 500억원대 증여세 누락 관련국세청의 세금부과 타당성 판단을 위해 국세심판원에 계류 중
LG참여연대LG화학이 보유한 LG석유화학 주식을 구본무 회장 등 8명에게 헐값 매각해 823억여원 손실서울지법 서부지원에 주주대표소송 제기
한화참여연대대한생명 인수 위해 계열사들의 주식거래 이익 부풀려 부채비율 축소 서울지검에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고발
두산참여연대해외 BW 발행 통해 박용성 회장 등 지배주주 일가에 편법증여 의혹금융감독원에 조사 요청

▼영장으로 본 혐의사실▼

검찰이 22일 최태원(崔泰源) SK㈜ 회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 요지.

▽JP모건 이면계약=최 회장은 태국 바트화 등과 연관된 파생상품 거래와 관련해 1999년 9월 SK증권이 JP모건사에서 3억5600만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 당하자 같은 해 10월 JP모건이 획득한 SK증권 주식 2405만9044주를 3년 후 이자를 가산해 주당 4.09달러에 SK글로벌 해외지사에 다시 팔 수 있다는 ‘풋옵션’ 이면계약을 체결, 2002년 10월 SK글로벌 해외지사가 1112억원을 대신 물어주게 해 손해를 끼침.

▽주식 맞교환=최 회장은 워커힐호텔 주식을 전문기관의 평가없이 주당 순자산가치를 적용해 현 세법 기준으로 보더라도 30%나 과대평가된 주당 4만495원으로 평가하고 SK㈜ 주식은 시가를 적용해 세법기준으로도 20%나 높은 주당 2만400원으로 계산. 2002년 3월 SK C&C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워커힐호텔 주식 325만5298주와 SK C&C 소유의 SK㈜ 주식 646만3911주를 교환함으로써 SK C&C에 716억원의 손해를 끼침.

▽양도소득세 마련=최 회장은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을 맞교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 220억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02년 3월 워커힐호텔 주식 60만주를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SK글로벌이 주당 4만495원에 243억원어치를 사도록 해 SK글로벌에 손해를 끼침.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최태원 회장 구속영장 내용
관련 사건범죄사실
JP모건 이면계약SK증권의 JP모건에 대한 손해배상 과정에서 2002년 10월 SK글로벌 해외법인이 SK증권 대신해 1112억원을 지급해 손해를 끼침
주식 맞교환2002년 3월 최 회장이 SK그룹 지배권 확보 위해 SK C&C 소유 SK㈜ 주식과 워커힐호텔 주식을 맞교환해 716억원의 손해를 끼침
양도소득세 마련2002년 3월 워커힐호텔 주식과 SK㈜ 주식 맞교환 과정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세 220억여원을 마련하기 위해 워커힐호텔 주식 60만주를 SK글로벌에 떠넘겨 243억원의 손해를 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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