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北송금 해명]싱가포르 비밀회동 결국 사실

  • 입력 2003년 2월 14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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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비밀송금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의 “2000년 3월 싱가포르에서 대북 비밀접촉을 한 적이 없다”는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박 실장은 이날 “싱가포르 접촉은 정상회담을 위한 탐색전이었고 비공개로 하자는 북측과의 합의 때문에 회담 사실을 부인해 왔다”고 실토했다.

박 실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신에게 “‘2000년 3월 문화관광부장관 시절 북한측 인사와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비밀회담을 갖지 않았느냐”고 추궁하자 “싱가포르에는 휴가차 간 것이었고, 북한 사람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었다.

김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는 국가정보원이 현대의 대북 송금 과정에 적극 개입했다는 그동안의 의혹들도 사실로 드러났다.

임동원(林東源) 대통령외교안보통일 특보는 “국정원장 재직 때인 6월5일경 현대측으로부터 급히 환전 편의 요청을 받은 뒤 외환은행에서 환전에 필요한 절차상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외환은행이 돈세탁 창구로 활용됐다는 것도 공식 확인된 셈이다.

현대측이 대북 사업 독점을 위한 권리금으로 5억달러를 지불키로 했으며, 국정원도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또 임 특보는 “현대가 북측과 대규모 협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위해 북측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타진했다”고 말했으나 이 주장은 의문이 남는다. 남북정상회담 개최 아이디어는 현대의 구상이었고, 정부가 먼저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게 임 특보의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당시 김 대통령이 대북 관계개선에 적극적이었고 대북사업권 획득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현대와 정부가 물밑에서 긴밀히 협력했던 점을 고려해볼 때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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