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NPT탈퇴 시사]궁지몰린 北 '마지막 카드' 꺼내나

  • 입력 2002년 12월 30일 18시 38분


미국이 제네바합의까지 파기하기 시작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유보’ 조치마저 위태롭게 됐다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29일 담화로 북한의 NPT 탈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단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는 NPT 탈퇴를 강력히 시사 또는 예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핵위기를 고조시켜 나가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NPT를 탈퇴하면 이론상으로는 국제법을 위반하지 않고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만약 북한이 NPT를 탈퇴한다면 93년 핵위기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북한은 이 담화에서 NPT 탈퇴를 직접 선언하는 대신 북한이 제의한 불가침조약 체결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NPT 탈퇴 가능성을 ‘가볍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12일 핵동결 해제를 선언한 이후 5㎿ 원자로(21일), 폐연료봉 저장시설(22일), 방사화학실험실(23, 24일) 등의 봉인을 잇따라 제거한 데 대한 국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여차하면 NPT 탈퇴라는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담화 중 “미국은 조선반도 핵문제가 조(북)-미 사이에 타결돼야 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성격의 문제인 것처럼 그 본질을 심히 왜곡한 여론을 계속 유포시키고 있다”는 대목에서도 북한의 그 같은 의도가 감지된다.

북한은 또 담화에서 시종일관 미국을 맹비난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NPT 탈퇴라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전에 미국이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란다면 미국으로 하여금 국제적 합의를 존중하고 전제조건 없이 우리(북한)와의 대화에 나오도록 응당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덕민(尹德民)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은 이라크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봄 이후 미국과의 담판에 앞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극단적인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라며 “북한이 위기를 고조시키면 시킬수록 국제 여론이 악화하고, 미국이 손을 쓰기가 쉬워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것처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완전한 경제적 고립을 목표로 한 ‘맞춤형 봉쇄’에 들어가는 등 대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경우 북한이 실제로 NPT 탈퇴 카드를 뽑아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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