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뒤늦은 ‘對北 약속’ 논쟁

  • 입력 2002년 11월 28일 18시 25분


일본의 대북(對北) 외교가 기로에 서 있다. 일시 귀국한 피랍 일본인 5명을 북한과의 약속대로 되돌려보내야 하는지가 당면한 최대의 외교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북한은 일본이 이들의 체류기간을 연장하자 “약속을 어겼다”며 수교회담 중단 방침을 밝힌 상태다. 교섭이 중단되면 북-일 수교회담은 물론 북한에 있는 피랍자 가족의 귀국이나 납치문제에 대한 진상조사도 불가능해진다.

여론도 첨예하게 갈려 있다. “돌려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측의 대표 주자는 아베 신조(安部晋三) 관방 부장관이고 “돌려 보내야 한다”는 측의 대표는 북-일 수교협상의 주역인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다.

두 사람간의 격론은 피랍자들이 귀국한 지 일주일째가 되던 지난달 23일 총리관저에서 시작됐다. 아베 부장관은 이 자리에서 “5명을 북한에 돌려보내면 일본에 되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면 여론을 달랠 수 없다. 납치는 국가주권의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다나카 국장은 “외교에는 사전조정이 필요하다. 일시귀국을 전제로 북한을 설득했다. 5명을 되돌려 보내지 않으면 교섭 파이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아베 부장관은 피랍자 가족 모임과 긴밀히 연락하면서 “북에 남아 있는 피랍자들의 가족들까지 귀국시키지 않으면 국교 정상화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더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아베 부장관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대북 경제지원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피랍자 가족을 내놓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라고 극단론을 펴기도 한다.

곤혹스러운 쪽은 외무성의 대북 교섭 실무진. 스즈키 가쓰나리(鈴木勝也) 교섭담당 대사는 20일 중의원 외무위에서 “외교는 절반씩 양보해 손잡는 것이지 군사작전처럼 전승(全勝)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지만 여론을 움직이지는 못했다.

다나카 국장은 23, 24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북측과 비공식 접촉을 갖고 피랍자들의 귀환문제는 일단 덮어둔 채 수교 교섭을 재개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지만 북측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돌려보낸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었다.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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