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줄은…”

  • 입력 2002년 11월 4일 22시 48분


검찰 사상 초유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동반 퇴진이란 날벼락이 검찰을 덮친 4일 과천 법무부 청사와 서초동 검찰청사는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4일 ‘서울지검 피의자 폭행 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전격 제출하자 많은 검사들은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검사들은 특히 그가 낸 사직서가 수리될 것으로 전해지자 “사건의 파장이 커서 총장의 사직서 제출이 불가피했지만 임명권자가 총장을 재신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 총장의 사표 제출을 놓고 이날 검찰 내부 의견은 조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직 보호론’과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는 ‘조직 위기론’으로 갈렸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총장이 모든 책임을 떠안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이 총장이 후배들을 위해 ‘떠날 때’를 잘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 총장의 사퇴로 검찰 조직이 더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대선이 임박한 과도기에 검찰이 정치적으로 복잡한 일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데 지난 10개월간 검찰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어온 이 총장을 대신할 만한 후임 총장을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는 것.

이 총장의 사직서 제출 직후 김정길(金正吉) 법무장관도 사직서를 낸 사실이 알려지자 검사들은 예상했던 수순이라면서도 후속파에 촉각을 세웠다.

특히 법무부와 검찰 간부 상당수는 김 장관이 사직서를 낸 뒤에도 한참 동안 이 사실을 몰라 김 장관의 사직서 제출이 이 총장의 퇴임 결심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 정책실장은 “강압 수사 방지는 검찰 개혁의 해묵은 과제였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한 법무부와 검찰 수장이 자리를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강압 수사를 방지할 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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