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러 방문 의미]경제개혁 현장 견학

  • 입력 2002년 8월 20일 19시 01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은 북한이 최근 남북대화 및 미국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후 첫 해외방문이다.

비록 비공식 방문이지만 북한이 ‘상당히 다급한 태도’로 대외관계 개선에 나선 배경과 향후 구상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 성사를 두고 양자간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체제 내부 정비에 어느정도 자신감을 가진 러시아는 대외 영향력 확대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달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남북한을 차례로 방문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한 것도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 등 주변정세에 적극적인 개입의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북한은 이를 러시아의 지원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듯 하다. 김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7월부터 추진중인 경제개혁 작업의 와중에 이뤄진 것도 이를 입증한다.

경제개혁을 실험중인 북한으로서는 현재 두가지 난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를 막기 위한 물자공급선의 확보이고, 다른 하나는 공장을 돌려 생산을 증진시키기 위한 전력확보 문제이다.

문제는 대북 무상원조 불가입장을 천명해온 러시아의 협력이나 지원을 어떻게 끌어내느냐는 것. 북한은 이를 위한 준비작업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문제를 구상했고,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 합의문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포함시켰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김 국방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빅딜’을 위해 준비한 카드가 북한 발전소에 대한 러시아의 개-보수 지원과 TSR 연계구상의 맞교환이라는 것이다.

경제문제 외에도 이번 북-러 정상회담은 부수적인 효과를 가져올 전망이다.

김 국방위원장은 이번 방러를 대내적인 결속의 기회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국방위원장이 비공식으로 극동지역을 방문하는데도 푸틴 대통령이 찾아와 정상회담을 갖는다는 사실 자체는 그의 위상을 확실하게 선전하는 것이다.

또 대외적으로는 북-러간의 돈독한 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북-미,북-일대화를 앞두고 든든한 후원자를 확보하는 효과도 갖는다.

물론 이번 방러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 국방위원장이 방문장소를 극동지역으로 한정한 것도 국가적 차원의 경협논의가 진전을 못 이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블라디보스토크〓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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