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D-9]의원선거 “악화가 양화구축” 우려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36분


'한표 행사 잊지 마세요' - 연합
'한표 행사 잊지 마세요' - 연합
《‘광역의원 기초의원 후보들에게도 관심을 가집시다.’ 월드컵 열기로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 데다 그나마 유권자들이 단체장 후보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 지방의원 후보들에 대한 무관심이 상대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명도나 조직표를 갖고 있는 자격 미달 후보들이 대거 당선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부작용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무자격 후보의 무더기 출마〓98년 선출된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가운데 광역의원 6명, 기초의원 83명이 선거법위반으로 당선무효됐다. 또 광역의원 12명과 기초의원 46명은 사기 등 다른 범죄에 연루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이번 지방의원 선거에도 문제 있는 후보들이 무더기로 출마했다.

지역구에 출마한 광역의원 후보 1531명 중 무려 211명이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기초의원 후보 8373명 중 1054명도 전과자로 밝혀졌다.

인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는 살인미수 전과가 있지만 이번에도 입후보했다. 또 다른 후보는 전과 5범에다 병역까지 미필했다.

이모씨는 간통 성추행 등의 전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나라당 경선에서 경기도의 시장후보로 선출됐지만 이런 전력이 문제가 돼 중앙당 최종 공천심사에서 탈락했다.

군대를 가지 않은 후보도 시도의원 후보 해당자 1484명 중 213명, 기초의원 후보 해당자 8150명 중 1127명이나 됐다.

또 룸살롱을 운영하는 유흥업소 주인들이 ‘○○연구소 소장’ 등으로 직업을 ‘세탁’해 본업을 숨긴 채 출마한 경우도 많다.

충북도의원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이모 후보는 98년 평소 알고 지내던 식당 여주인과 정을 통한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고 지난해 10월에는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다 경찰에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되기도 했다.

▽부작용〓문제 있는 후보들을 지방의원으로 뽑을 경우 생기는 부작용은 현직 광역 및 기초 의원들의 사례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비리에 연루되거나 공무는 뒷전인 채 막가는 행태를 보이기 일쑤이기 때문.

전북도의 경우는 98년 지방선거로 당선된 광역의원 중 4명이 알선수재,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이 중 2명이 의원직을 상실했고 2명은 현재 구속 또는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경북 포항시의회 박모 의원은 3월 의원 휴게실에서 동료 의원과 말다툼을 하다가 재떨이를 던져 옆에 있던 동료 의원의 머리에 상처를 입혔다.

대구 수성구의회 김모 의원은 1년 가까이 의회에 한번도 출석하지 않았다가 의정활동 불성실을 이유로 30일간 출석정지 징계를 받았다.

제주시의회 김모 의원은 2000년 7월 술을 마시고 의장실에 난입해 의장을 폭행하고 집기를 파손한 혐의로 구속됐다.

▽교훈〓유권자들이 올바른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후보들에게 관심을 갖고 신중하게 투표하지 않을 경우 문제가 있는 후보들이 지방의회에 대거 진입해 지방의회가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특히 “사업가 등 지역 토호들이 지방의회를 장악해 단체장과 결탁할 경우 자치단체의 살림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일부 후보들은 올바른 후보 검증을 주장하며 직접 하루 1000장 이상씩 명함을 돌리는가 하면 길거리에서 춤까지 추는 등 이색선거운동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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