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주장 1명 한국 총영사관 진입…그냥 돌려보내

  • 입력 2002년 5월 18일 03시 35분


북한인이라고 신분을 밝힌 남자 1명이 17일 오후 4시(한국시간 오후 5시)경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 총영사관에 들어왔으나 총영사관 직원이 진입 의도와 이름, 나이, 신분 등을 묻지 않고 되돌려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남자는 이날 총영사관 민원실로 들어와 “북한 사람인데 영사를 만날 수 있느냐. 중국 공안기관에 잡혀갔다 나와 막막한데 도와달라”고 말했으나 총영사관의 한국 직원은 “영사가 지금 자리에 없는데 월요일쯤 올 수 있느냐”며 인민폐 100원(1만6000원 상당)을 주어 돌려보냈다.

이 같은 사실은 탈북자 구호단체 관계자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남자가 “35세의 탈북자 1명이 한국 총영사관에 진입해 한국 망명을 요청했다”고 베이징 주재 한국 언론기관들에 제보, 기자들이 경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영사관 측은 “이 남자가 중국 공민증을 갖고 있어 중국 공안의 제지를 받지 않고 영사관으로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영사가 없다고 하자 순순히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한 영사관 관계자는 “그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진입 의도 등을 밝혔다면 우리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면서 “과거에도 영사관에 탈북자를 자칭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측이 지금까지 북한인을 자칭하는 사람에게 탈북자 여부 등을 묻지 않고 인민폐 100∼200원씩을 줘서 되돌려보내는 사례가 많았던 것은 중국이나 북한을 의식한 편법적 관행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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