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후보 TV 토론…치열한 설전

  • 입력 2002년 5월 14일 06시 56분


13일 밤 KBS 주최로 열린 서울시장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민주당 김민석(金民錫)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李明博) 후보는 60분 내내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첫 토론회이기도 했지만 두 사람이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듯했다.

잠바 차림의 김 후보는 초반부터 “부정선거로 의원직을 잃고 70년대 ‘파크뷰 사건’인 현대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에 관련돼 있는 등 청렴하지 못한 시장은 자격이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단순한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 관련자에게 도피자금을 줬는가 하면 야당의 조작이라고 주장한 것이 더 큰 문제”라며 이 후보를 공격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어찌 됐든 선거법 위반에 대해 죄송하다. 현대아파트 특혜 분양 사건에 법적으로 관련이 없다”면서 “정책토론만 준비해 왔는데 인신공격적 발언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도피자금 문제에 대해 해명하려 했으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 후보는 160억원대의 재산을 어떻게 형성했느냐는 질문에 “일에 전념했고 회사로부터 많은 보너스를 받았으며 30년이 지나니 100배 올랐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김 후보는 6억6800만원의 재산을 신고한 데 대해 “부모님 집,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 자동차 등을 합쳐 3억원이 넘고 예금도 3억원 정도 있었는데 당내 경선 과정에서 2억원을 썼다”고 설명했다.

두 후보는 핵심 쟁점인 청계천 복원 문제를 놓고 일전(一戰)을 벌였다. 김 후보는 “선(先) 대책, 후(後) 복원을 해야 한다. 교통문제 재개발 문제 등 엄청난 혼란을 가져오는 최악의 공약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에 대해 “오래 전부터 환경 재원 재개발 영세상인 문제 및 서울과 대한민국 전체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 검토한 것”이라며 “어차피 안전에 문제가 있어 3년간 보수를 해야 하는데 그래도 교통문제는 발생한다”고 맞섰다.

노숙자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 후보가 “노점상을 해봤기 때문에 심정을 이해하나 월드컵을 앞두고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되 생계비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김 후보는 “정책에도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 시장 후보가 생계가 걸린 문제를 너무 쉽게 접근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두 후보는 토론 도중 서로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고 자기 주장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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