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계개편구상]개혁세력 연대 내세워 영남공략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50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는 29일에도 ‘민주세력의 복원과 통합’을 통한 정계개편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노 후보가 특히 대통령후보 수락연설(27일)에서 ‘민주세력의 결집’을 언급하면서 본래원고에 있던 ‘민주당 중심으로’란 대목을 읽지 않은 데 대해 “선택의 폭을 좁히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것은 상황에 따라 민주당 간판을 내릴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

▽민주대연합 구도 가능한가〓노 후보의 1차적인 정계개편의 대상은 무엇보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과거 민주계 인사들, 그리고 한나라당 내의 개혁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이 가운데서도 당장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 경남 지역의 승부를 위해서는 YS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필수적이란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노 후보의 정계개편 구상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당장 노 후보가 연대 대상으로 보고 있는 YS측이나 한나라당 개혁파의 반응이 현재로서는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대연합’ 성사의 열쇠를 쥐고 있는 YS측의 태도는 현재로선 다소 이중적이다. YS의 대통령 재임 시 수석비서관을 지냈던 L씨는 “YS는 노 후보에 대해 자기가 발굴해서 키운 후보라는 애착을 갖고 있지만 DJ에 대해선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민주대연합 구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이다”고 전했다.

반면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부정적인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노 후보가 말하는 민주대연합론은 두 분이 전면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상징적인 개념이어서 앞으로 진전 상황을 봐야 성사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다”고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결국 YS는 지방선거의 향배 등 정국흐름을 좀 더 지켜본 뒤 최종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예상되는 역풍〓한나라당의 개혁 성향 소장파 의원들이나 구 민주계 인사들의 반응도 현재는 냉소적이다.

김원웅(金元雄) 의원은 “노 후보와 나는 관점이 다르다. 나는 민주당도 혁파 대상으로 본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향우회 당 아니냐. ‘양김(兩金) 연합’도 의미가 없다. 둘 다 수구세력과 야합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소장파 지구당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 공동대표인 이성헌(李性憲) 의원도 “노 후보가 선거용으로 내놓은 방안에 한나라당 사람들이 왜 따라가겠느냐”고 일축했다.

노 후보가 정계개편을 추진할 경우 민주당 내의 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당내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이인제(李仁濟) 의원에게 이탈의 계기를 제공해 민주당의 분열, 나아가 정치권 전체가 헤쳐 모이는 핵분열 현상이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 의원은 그동안 “노 후보의 정계개편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함께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누이 못박아왔고, 경선 후 당내 충청권 인사들의 소외감도 깊어지고 있어 노 후보가 섣불리 정계개편의 시동을 걸기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정계개편을 노 후보가 추진할 경우 박근혜(朴槿惠) 정몽준(鄭夢準) 의원, 나아가 이인제 의원까지를 포함한 제3세력의 결집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박 의원은 “정책이나 생각도 달라 노 후보와의 연대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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