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채찍없는 당근정책’ 얻은 게 뭔가

  • 입력 2002년 3월 22일 18시 02분


엊그제 발표된 금강산 관광사업 지원책은 이 정부의 대북정책이 무엇을 지향하자는 것인지 새삼 헷갈리게 한다. 전 국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300여만명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지원을 퍼붓겠다는 것인데, 그 최종적인 수혜자는 결국 북측 정권이다. 정부가 최근 부각된 ‘2003년 위기설’ 때문에 북한을 달래려고 이 같은 지원책을 내놓았다면 그것은 대단한 착각일 뿐이다. 그러나 북측 정권은 지금까지 ‘당근’을 더 달라고만 했을 뿐 변화된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사정이 이러니 ‘퍼주기’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이 사업에 국한해서 봐도 북측이 관광특구 지정 및 육로 개방 등 관광활성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던 게 작년 6월이었으나 그것이 실제로 언제 이뤄질지는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관광활성화를 위한 당국간 회담도 작년 10월에 한 차례 소득 없이 끝난 게 전부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번에 지원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애초에 현대가 북측에 약속했던 9억4200만달러를 정부가 보증이라도 해준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다.

정부는 지원책을 내놓으며 ‘금강산 지역을 남북화합과 통일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이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우리 학생들을 대거 관광에 ‘동원’해 남북화합이 얼마나 더 잘 될지도 의문이지만, 당장 현대에 대한 특혜 시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무엇보다 정부는 금강산관광 지원에 동의하지 않는 상당수 국민이 낸 세금을 무슨 근거로 여기에 사용하려 하는지 묻고 싶다.

이 정부의 ‘대책 없는 퍼주기’는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에서 북측의 경직된 자세만 더욱 부추긴 셈이 됐다. 정부는 걸핏하면 ‘평화사업’ 운운하지만 합리성에 기반을 둔 진정한 남북 교류협력은 오히려 멀어진 느낌이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전략적 채찍이 없는 당근만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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