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개각 반응]한나라 "해도 너무 한 꼭두각시 내각"

  • 입력 2002년 1월 29일 18시 39분


1·29 개각에 대해서는 여당인 민주당 내에서조차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납득할 수 없는 인사”라고 혹평했다.

▽민주당〓민주당은 공식적으로는 ‘탈(脫)정치의 실무형 내각’이 들어섰다며 국정을 잘 마무리해 줄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개각 내용에 대해서는 당 관계자들 대부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당내 쇄신파동의 와중에 사퇴했던 박지원(朴智元) 전 대통령정책기획수석이 정책특보로 재기용된 데 대해서는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였다.

당내 개혁파 의원들은 “대통령이 총재직을 사퇴하고 당정 분리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당이 추진하는 정치개혁에 찬물을 끼얹은 격”이라며 착잡해했다. 다만, 이들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하는 것은 삼갔다.

대선예비주자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은 “왈가왈부할 성격이 아니다”고 말했고,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어떤 평가나 언급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비판을 무릅쓰고 다시 불렀겠느냐. 정치적 고독감이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 이상일 것이다”고 변호했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이날 열린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선 “국민의 눈을 속이고 오로지 정권 재창출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겠다는 김 대통령의 속내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비난이 주류를 이뤘다.

당직자들은 일부 측근인사의 재기용에 대해 “해도 너무한다”고 성토하면서 김 대통령이 친위인사들을 앞세워 정계개편을 시도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며칠동안 고심했다는 결과가 겨우 이거냐”고 말했고,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이 정권이 마지막 종착역으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국정쇄신과는 한참 거리가 먼 꼭두각시 내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의 유임에 대해 “양복을 입고 짚신을 신은 꼴”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권철현(權哲賢) 기획위원장은 “구(舊)체제를 복원한 인사”라고 평가하며 “친인척의 게이트 연루로 사면초가가 된 상황에서 김 대통령 본인이 직접 전면에 나서기로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승국(朴承國) 수석부총무는 “신당 창당을 위한 준비내각”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당3역회의 도중 개각내용을 보고받고 “이런 내각으로 엄정한 선거관리를 하겠다면 국민이 수긍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당직자들은 “전면 쇄신을 하겠다고 하면서 신의를 저버린 사람을 그대로 앉혀 놓았으니 국민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총리의 유임을 성토하기도 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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