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방송광고 총량제 공익 훼손"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8시 19분


한나라당은 진념(陳稔) 경제부총리 주재로 27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방송광고 총량제 도입 추진이 유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측의 의도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추재엽(秋在燁) 부대변인은 28일 논평을 통해 “광고총량제 도입은 시기 상조라는 지적에 따라 일단 논의를 유보한 것은 다행”이라며 “그러나 공청회 등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도입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려는 ‘형식적인 수순밟기’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월드컵대회 때 급증할 방송광고 수요를 해결하겠다는 명분으로 방송사들이 무분별한 시청률 과열 경쟁을 벌이는 것은 방송의 공익성을 저해하고 질적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며 “국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무리하게 방송광고 총량제를 도입해선 안된다”고 못박았다.

한나라당의 국회 문화관광위 소속 의원들도 광고총량제를 도입할 경우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도입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문광위 간사인 고흥길(高興吉) 의원은 “방송광고 총량제를 도입하면 황금시간대의 프로그램의 경우 광고시간이 크게 늘어날 것이 분명해 무엇보다 시청자들이 큰 불편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광고총량제를 도입하면 광고 단가가 크게 높아져 기업의 광고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고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정부도 이 같은 부작용에 따른 여론의 반대 때문에 광고총량제 도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규철(沈揆喆) 의원도 “방송광고 총량제는 일방적으로 장시간의 광고 시청을 강요하는 것인 만큼 결국 시청자의 주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며 “방송사들이 디지털방송으로의 전환에 따르는 재원 마련을 이유로 광고총량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재원은 원칙적으로 방송사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문화관광부도 광고총량제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 당장은 추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반대 여론을 무릅쓰고 무리하게 추진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수조원에 달하는 디지털방송 전환 비용을 방송사들이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방송광고 총량제▼

현재 방송광고는 프로그램 시간의 10분의1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60분짜리 프로그램이면 최대 6분까지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방송광고 총량제는 이 같은 제한을 풀어 방송광고의 전체 분량만 정해 놓고 나머지는 방송사 자율에 맡기는 제도.

이 제도가 도입되면 인기 프로그램의 경우 광고가 몰려 광고시간이 크게 늘어나며 중간 광고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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