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권노갑-‘조카님’ 김홍일, 특별한 관계 금 갔나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장남인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과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의 관계에도 뭔가 전 같지 않은불편한기류가감지되고 있다.

김 의원은 얼마 전 펴낸 자전에세이 ‘나는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는다’에서도 권 전 최고위원을 줄곧 ‘아저씨’라고 적고 있다. 이는 ‘아버지의 동지’라는 뜻도 담고 있다는 게 주변인사들의 해석이다. 권 전 최고위원도 93년 목포지구당을 김 의원에게 물려줄 만큼 두 사람은 오랜 세월 특별한 관계였다. 물론 그동안에도 간혹 오해가 없진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이용호 게이트’와 민주당의 쇄신파동을 겪으면서 한때 상당히 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최고위원 측은 ‘이용호 게이트’의 와중에 당내 쇄신파들이 정계은퇴까지 요구하자 “왜 우리가 당해야 하느냐”며 극도의 불만을 터뜨렸고, 이런 불만이 김 의원에 대한 ‘오해’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김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 이틀 전날 밤 서울 강남의 모 호텔에서 열린 권 전 최고위원측 참모 모임에서는 ‘김 의원이 쇄신파들의 주장을 지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는 전언이다.

또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권 전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처지를 밝히겠다고 공언했을 때 김 의원 측도 무척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에 있는 권 전 최고위원의 아들이 전화로 “가족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권 전 최고위원이 ‘기자회견 강행’을 결심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교동계 주변에서는 “권 전 최고위원이 혹시 ‘H1’(김홍일 의원에 대한 은밀한 호칭)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 아니냐”하는 관측도 제기됐다는 것이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20일 “그런 분위기가 없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젠 오해가 다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