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한미정상회담] 부시 "대북 햇볕정책 지지"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0분


韓-中 정상회담
韓-中 정상회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19일 하루는 ‘긴 하루’였다. 김 대통령은 이날 하루 동안 한반도 주변 4강국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개국 정상과 연쇄 개별회담을 가졌다. 표면적인 명분은 테러 분쇄를 위한 국제적 ‘연대’에 무게중심이 두어져 있었던 듯 했지만 남북관계를 다시 정상궤도에 올리기 위한 국제적인 지지 확보와 남쿠릴열도의 꽁치조업문제 등 시급한 현안 타결 및 실리 챙기기로 분주했던 하루였다.》

▼한-미 정상회담▼

19일 오후 상하이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은 대북 시각차를 노출했던 3월 첫 정상회담 때와 달리 상호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 것이 배석자들의 전언이다. 다음은 대화록.

▽부시 대통령〓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테러 근절을 결의하고 WTO 뉴라운드로 이어지는 회담이 됐으면 좋겠다.

▽김 대통령〓부시 대통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한다. 한국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테러 문제는 우리 자신의 일로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한국이) 연락장교들을 파견한다고 하니 연락장교들과 긴밀히 협력해 공동노력으로 테러를 근절시키자.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지금까지 아무런 대답이 없지만 인내심을 갖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

▽김 대통령〓북한은 최근 남측이 대테러 작전으로 경계태세를 강화한하고 대체 전력으로 미국 전투기가 전개된 것을 구실로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연기했다.

▽부시 대통령〓이산가족 연기의 책임을 우리에게 돌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햇볕정책은 확고히 지지한다.

▽김 대통령〓남북대화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미 안보동맹이다. 방위를 튼튼히 하면서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한국에서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를 주최하는데 테러방지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겠다.

▽김 대통령〓정보도 중요하지만 자금을 차단하고 테러리스트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회담에 앞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도 기회를 주고 나도 기회를 줬으나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며 북한측에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촉구했다.

▼한-중 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진장호텔에서 열린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 양국간 협력관계 발전 방안 등을 주제로 40여분간 진행됐다.

▽김 대통령〓내년이면 수교 10주년이 되는데, 양국관계가 다방면에 걸쳐서 발전하고 있는 것을 평가한다. 최근 북측의 이산가족상봉 연기 조치로 남북관계가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대북포용정책은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하기 때문에 계속할 것이다.

▽장 주석〓우리는 한반도 안정을 바라고 있다. 9월에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이 잘됐다고 얘기했다. 김 위원장에게 ‘오는 정이 있는데 가는 정이 없으면 도리가 아니다’는 중국 격언을 인용하면서 서울 답방을 권유했다.

▽김 대통령〓장 주석이 내 임기중 한국을 방문했으면 좋겠다. 중국이 월드컵축구대회 본선에 진출했으니,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월드컵 개막식에 참석하면 더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이다.

▼한-러 정상회담▼

김 대통령은 한미, 한중 정상회담을 마친 뒤 숙소인 리츠칼튼호텔에 돌아와 오후 5시50분부터 1시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남북관계 및 꽁치 조업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푸틴 대통령〓8월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에게 한국의 김 대통령이 대북화해협력 정책을 하고 있는데, 매우 좋은 기회인 만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했다. 김 위원장도 동감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에게 호의를 갖고 있으며, 2차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김 대통령〓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인 협력을 해달라. 이번에 러시아가 테러 근절 대책에서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미국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고무적으로 평가한다. 북한이 테러 응징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얻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푸틴 대통령〓북한이 미국과 연대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러시아와 연대를 해서라도 반 테러활동에 참여하면 국제사회 일원이 되는 데 좋은 방법이다. ▽김 대통령〓우리가 남쿠릴 어장에서 잡는 꽁치 1만5000t은 우리나라 연간 꽁치 소비량의 3분의 1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영토문제가 아니라 상업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우리도 이 문제의 해결에 최선의 노력을 해서 현재 한국이 조업하고 있는 1만5000t의 할당량을 최대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상하이〓윤승모기자>ysm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