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통일대축전 수사]방북단 ‘통제불능의 6박7일’

  • 입력 2001년 8월 22일 22시 58분


‘조국통일3대헌장 기념탑’ 행사 참석이나 만경대 방명록 서명 외에도 평양 ‘8·15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했던 남측 대표단 일부 인사들의 돌출행동이 잇따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22일 ‘6·15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2001민족공동행사 추진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남측 대표단 일부 인사들은 북한에서 백두산 묘향산 만경대를 관광하면서 “훌륭한 장군님” “한 별을 우러러” 등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의 발언이나 방명록 서명을 거듭했다. 또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18, 19일 이틀간 북한측이 김 위원장의 출생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密營)을 방문했을 때 대표단 가운데 한 여성은 방명록에 “백두산 정기를 타고나신 장군님이시라 훌륭한 장군님이 되신 것 같습니다”라고 서명했다.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두산 밀영 부근 삼지연을 방문했을 때는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동상에 참배하거나 흐느끼는 사람도 목격됐다. 대북사업을 추진 중인 한 재계인사는 “(방명록에 서명한 내용 중에) 백두혁명(김정일의 혁명사상) 운운하는 내용도 있어 우려를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백두산 정상에서는 한총련 소속 학생들이 “연방제로 통일하자”고 구호를 외쳤고, 묘향산 관광에 나선 일부 인사는 김 주석의 밀랍인형 앞에서 큰절을 올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경대에서 강정구(姜禎求) 교수의 방명록 서명 장면을 목격했다는 모 인사는 “강 교수는 17일 오후 김 주석이 태어났다는 초가집 참관을 마치고 30여m 떨어진 서명 테이블로 갔는데, 이 장면을 북한 기자들이 꼼꼼히 기록했고 TV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북측 안내원들이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한 측면도 있었다. 당시 북측 안내원은 “수령님께서 혁명의 뜻을 세운 곳이니 글을 남기시라”며 교수나 단체 간부들에게 집중적으로 서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들이 인민대학습당을 방문했을 때에도 문제가 발생했다. 열람실에 앉아 있던 북한 여성이 “그동안 우리가 만나지 못한 건 남조선의 미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잡자, 남측 참석자 일부가 “맞아, 맞아”라며 맞장구를 쳤고, 일부는 ‘김일성 장군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는 것.

한편 한총련 학생들 중 일부는 김 주석 동상 앞에서 북측 안내원에게 “이런 것 만들 돈 있으면 인민들에게 빵을 나눠주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항의했고, 통일연대 소속인사들도 북측 실상과 대표단의 돌출행동에 충격을 받아 괴로움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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