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푸틴 정상회담 뭘 논의할까

  • 입력 2001년 8월 3일 18시 28분


지난해 7월 평양 정상회담에 이어 1년여 만에 열리는 북러 정상회담에서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계 사업과 북한에 대한 러시아제 무기 판매, 북한 미사일 개발 문제, 남북한 대화 등이 골고루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의제들은 북러 사이의 현안인 동시에 한국과도 관련이 있는 것들이어서 정상회담 결과가 한반도 정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9월20∼23일 평양을 방문하기 때문에 9월 이후에는 남북대화에 대한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선택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협력 문제〓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반도종단철도의 연결사업을 북한측에 강력히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북한 철도 현대화사업에 2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힐 만큼 이 사업에 적극적인 반면 북한은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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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양국은 정상회담을 거쳐 철도협력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철도 연결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이 합의에 이를 경우 경의선 복원이 재개되는 등 남북관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무기 판매〓북한은 수호이27과 미그29기 등 전투기와 S300지대공 미사일 T90전차 등 최신예 러시아제 무기 구입을 희망하고 있다. 김영춘 북한군 총참모장이 뒤늦게 김 위원장의 방러에 합류한 것도 군사협력 논의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소식통은 “4월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10여개 품목의 구입을 희망했으나 이 중 일부만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열악한 지불능력 등을 고려해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 러시아는 대신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제 무기의 부품 판매나 노후한 군사장비의 현대화 지원을 대안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미사일 개발〓지난해 7월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에 대한 외부 지원이 있을 경우 자체적인 미사일 개발 계획을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조건부 미사일 개발계획 포기 의사’를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러시아측은 북한의 이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전망이다.

그러면서도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이 주변국에 위협을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이를 빌미로 한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동으로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강화와 이를 대외에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측에 남북대화 재개를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교토통신은 3일 모스크바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이른 시일 내에 열도록 김 위원장에게 권고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중재자로 내세워 미국의 대화 제안을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이번 북러 정상회담이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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