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깎인 군 "면목 없습니다" 안팎서 따가운 눈총 시달려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54분


"국민이 바라는 시원한 작전을 못보여 송구스럽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김근태(金近泰·육군준장) 작전차장은 5일 오전 북한상선의 잇딴 영해 침범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을 브리핑하기에 앞서 이같이 말문을 연 뒤 "군은 많은 고민과 고뇌 속에 이번 작전을 수행했다"고 털어놓았다.

북측의 영해 침범에 군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했고 군의 작전이 정치논리에 휘둘렸다는 군 안팎의 따가운 시선 때문이었다.

사실 이번 작전을 수행하면서 군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합참 작전예규와 유엔사 교전규칙 등에 따라 임검 및 나포에 이르기까지 군이 초기에 충분히 대응했어야 함에도 남북관계 등을 의식해 상부의 별도 지침이 나올 때까지 알아서 소극 대처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나아가 "군이 안방 영해까지 내주느냐"는 등 정치권의 난타는 물론이고 군 내부에서조차 "군이 너무 정부의 대북 화해논리에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 "군 수뇌부가 너무 유약한 탓이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비등했다.

특히 정부가 북측에 영해침범 사건이 재발하면 엄중 대처하겠다고 경고한지 불과 하루도 안돼 또다시 북한상선 대홍단호의 제주해협 통과를 '방치' 내지는 '묵인'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싸워서 이기는 게 생명인 군으로선 씻을 수 없는 '굴욕' 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군 고위관계자는 "이번 작전은 비록 정전상태이긴 하나 비무장 상선을 상대해야 하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었고 '인내'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작전에서는 단순히 군사적 측면만이 아닌 정치 외교 사회심리 등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했다"며 "매 순간순간마다 고등수학을 푸는 기분이었다" 고 토로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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