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인민무력부장은 이번 방문기간 중 군사분야에서 2가지 협정을 체결, 북한군 장교의 러시아군사 유학 등의 일반적인 군사교류를 재개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협정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은 27일 체결된 ‘방산 및 군사기술 협력협정’의 세부 내용이다. 여기에 러시아가 ‘어떤 조건과 어느 정도 수준의’ 군사장비를 북한에 팔 것인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 이하 또는 외상판매 등 특혜적인 조건으로 러시아제 무기를 구입하도록 해달라고 러시아측에 요구해왔다. 북한은 최신예 미그전투기의 면허생산 등 공격용 무기의 제공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90년대 이후 북한-러시아 주요 외교인사 교류 | ||||
시 기 | 인 사 | 목 적 | ||
93년 9월 | 김정우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 방러 | 두만강 나진선봉지구 개발 협의 | ||
94년 5월 | 이인규 북한 외교부 부부장 방러 | 북한 핵개발, 탈북 벌목공 처리, 조소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협의 | ||
99년 3월 | 카라친 러시아 외무차관 방북 | 북-러 우호선린협력조약 협의 및 가서명 | ||
2000년 2월 |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방북 | 북-러 우호선린협력조약 체결 | ||
2000년 7월 |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 | 북한 미사일 개발 협의, 북-러 공동선언 채택 | ||
2001년 3월 | 악쇼넨코 러시아 철도부 장관 방북 |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계사업 협의 | ||
2001년 4월 | 김일철 북한 인민무력부장 방러 | 러시아의 대북 무기판매 등 군사협력 방안 협의, 북-러 군사협력협정 체결 |
그러나 러시아는 △외화가 부족한 북한의 지불 능력이 의심스럽고 △북한에 공격용 무기를 팔 경우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남한에 대한 무기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할 것을 우려해 방러를 미뤘으며 양측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해 김 인민무력부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이번에 북한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리야 클레바노프 부총리는 “이번 협정은 이미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제 무기의 현대화에 초점을 두었으며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북한이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Su27기 등을 판매할 예정이라는 영국 선데이 타임스지의 보도와는 달리 신무기 제공은 거절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이번 방문 성과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여부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스크바의 한 외교 소식통은 29일 “북한이 러시아와 만족스러운 합의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면 김위원장의 방문을 전향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