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이회창의 딜레마]최병렬씨 "대선후보 아직 몰라"

  • 입력 2001년 4월 10일 16시 56분


총재 비판했다고 잘못했다니 어불성설” “한나라당 대선 후보 아직 알 수 없다” 한나라당 최병렬 부총재는 요즘 당에 대한 걱정을 토로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이회창 총재의 행보에 대해서도 할말이 많다. “싸울 때와 타협할 때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를 지난 3월30일 만났다.

▼상황인식▼

그는 “불안한 분위기가 당에 있다”고 진단했다.

“정권을 탈환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그러나 여론이 이 정부에 등돌렸다고 해서 우리에게 정권이 쉬 오겠는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 민심은 현 정권으로부터 돌아섰지만 우리에게 쏠린 것도 아니고 확실한 우군도 없다.

또 이총재가 경상도에 기반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확실한 뒷받침을 받는 것도 아니다. 여권은 연합전선을 펴서 야당을 포위해 들어오고 있다. 이번 개각은 다음 대통령 선거와 이총재를 염두에 두고 한 인사다. 그렇다면 야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싸울 때는 딱 부러지게 싸워야 하고 민생을 위해 도와야 할 때는 확실하게 돕는 등 진퇴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야당에 신뢰를 갖게 되고 대안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싸우는 것도 아니고 타협하는 것도 아니고 막연히 국민이 김대중 정부를 싫어하니 우리에게 올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는가. 선거는 다가오는데 돈도 없고 조직을 활발하게 돌릴 수 있을지 걱정하는 등 불안한 분위기가 당에 있다.”

▼비주류에 대한 시각▼

그는 비주류를 옹호하는 듯하면서도 선을 그었다.

“김덕룡 의원 등의 얘기는 사실 별것 아니다. 그들이 당을 뛰어나가거나 충성심이 없다고 보지 않는다. 개헌을 주장하거나 총재를 비판했다고 해서 잘못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총재와 당 지도부가 잘못하고 있으면 비판할 수도 있는 것이다. 비난받을 일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만 당원 등에게 심리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고 ‘(이총재를) 청산 대상’으로 말하고 ‘여당과 개헌을 협의하겠다’고 주장한 것 등은 지나쳤다.”

최부총재는 또 “역대 정권에서도 하반기로 가면 개헌 얘기가 나오곤 했는데 소가 들어오라고 열어놓으면 꼭 소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말이나 개, 닭이 들어올 수 있다. 그렇기에 집권 말기의 개헌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의견을 내는 것은 잘못될 게 없는데 관철하기 위해 뛰겠다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당 운영▼

그는 당 운영에 대해 불만이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부총재로 매주 두 번씩 열리는 총재단 회의에 참석하는 나도 당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할 때가 많다. 회의는 회의로 끝나고, 총재가 당 3역하고 당무 집행하는 것을 보면 회의는 참고사항으로만 의미가 있는 것인지…. 사전에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4월 임시국회 총무 합의 건) 같은 경우 상황을 만들어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총재가 왜 이렇게 당을 끌고 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저기 눈치보며 무엇을 할 수 있나.”

▼대통령 선거▼

그는 “서울시장에는 절대 안 나간다”고 단언했다.

“내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을 꼽는다면 정권을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나라 운영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여당에 맡겨서는 안 되겠다. 국정파탄이지 이게 뭔가. 초기 6개월 동안은 정말 열심히 한다고 느꼈다. 그러나 위기감이 극복되면서 본색이 드러났다. 대표적인 것이 편중인사다. 남북문제도 미덥지 않다. 기본적인 정책 접근 방식도 인기 영합주의다. 이래 갖고는 안 된다.”

▼이회창 총재▼

그는 ‘유일한 대안은 이회창’이라는 말을 끝내 하지 않았다.

“현재로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이회창’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 알 수 없다.”

최부총재는 “지난해에 내가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은 경상도와 서울에서 표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며 “이총재가 나를 지원해 줬다고들 하는데 나는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소종섭 주간동아 기자>ssj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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