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최고위원들 '당3역 겸직' 시큰둥

  • 입력 2000년 12월 4일 18시 28분


연말쯤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당정개편에서 민주당 최고위원이 당3역 등 주요당직을 겸직하는 ‘하방(下放)’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겸직론은 소수당으로서 인적자원이 부족한 현실을 역량 있는 최고위원을 앞세워 타개해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는데 특히 초 재선 의원들과 중 하위 당직자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얻고 있다.

한 초선의원은 “12명의 최고위원이 대권에만 관심 있는 듯한 행보를 해서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며 “방관자적인 ‘대권 건달’로 남아 있기보다는 위기 때 중책을 맡아 당을 안정화시키고, 아울러 국민과 당원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의원보좌관도 “당의 위기를 헤쳐나가는데 도움이 된다면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며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적어도 절반 이상이 겸직론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당3역 적임자가 누구누구’라는 하마평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 가장 빈도수가 높게 거론되는 ‘당3역 조합’은 ‘박상천(朴相千)사무총장―정대철(鄭大哲)원내총무―김근태(金槿泰)정책위의장’. 이는 박최고위원의 조직력과 정최고위원의 친화력, 김최고위원의 정책감각 등을 감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 경선 때 1∼3위를 차지한 한화갑(韓和甲) 이인제(李仁濟)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 등 ‘빅3’의 전진배치론도 나오고 있다. 당의 역량결집을 극대화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겸직론에 대한 최고위원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내심 대표자리에 관심 있는 ‘빅3’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다른 최고위원들도 “반대하는 사람도 있더라”는 식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최고위원의 측근은 “누구는 대표가 되고, 누구는 그 밑으로 내려가라는 얘기냐”며 부정적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도 “겸직론을 지지하는 당내 여론이 있고 또 괜찮은 아이디어로 보이지만 일부 최고위원들이 반대하고 있어 추진이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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