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이산상봉 결산]가족상봉 제도화 끝내 불발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26분


제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2일 끝났다. 이산의 한(恨)과 상봉의 감격이 또 한번 모두의 가슴을 저리게 했지만 서신왕래 생사확인,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 문제의 근원적 해결은 향후 개최될 4차 장관급회담(12∼14일 평양)과 금강산에서 열릴 예정인 제3차 적십자회담으로 넘겨졌다. 2차 교환방문을 결산해 본다.

▼일정 줄었지만 내실있게 진행▼

▽일회성 행사의 지속〓2차 이산가족 상봉에도 불구하고 이산가족 문제의 제도적 해결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 이번 2차 상봉이 1차보다 일정은 줄이고 상봉시간을 늘리는 등 실리를 살린 면도 없지 않지만 결국은 극히 일부 이산가족들의 한을 달래는 수준에서 끝났기 때문이다.

이번 상봉시 서울을 방문한 북측 방문단에는 북한 적십자회 장재언(張在彦)위원장과 최승철 적십자회담대표 등 실무진도 대거 포함돼 있어서 3차 적십자회담 일정과 이산가족 상봉의 제도화 문제 등에 한 기대가 컸던 게 사실.

그러나 남북은 행사일정 지연과 장충식(張忠植)대한적십자사총재의 발언 파문과 일본 출국 등으로 인해 성사되지 못했다.

▽북한의 경직된 자세〓북측의 고압적인 자세와 이에 대한 정부의 무대책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북측은 특히 조선일보 인터넷기사를 문제삼아 남북연락관 접촉도 없이 기사작성과 직접 관련이 없는 평양공동취재단 소속 조선일보 사진기자를 ‘사실상 감금’하고 남측 방문단의 평양 출발을 지연시켰다.

▼“너무 끌려다닌다” 우려 소리▼

북측의 이같은 태도는 언제든지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워 인도적 사업인 이산가족 상봉사업을 미뤄놓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산상봉이 남북 정상들간의 합의사항이라는 사실을 무색케 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변변한 항의 한번 못했다.

이산가족사업을 주관하는 대한적십자사 장총재의 ‘북한 비하’ 발언에 대한 북측의 항의로 인해 장총재가 상봉행사에 참석하지도 못한 것은 ‘대북 저자세’의 전형이라는 지적들이다.

장재언 위원장은 2일 귀환성명에서 일본으로 출국한 장총재를 겨냥해 “그 몰골이 가련하다”며 “죄에 죽고 올바르게 재생하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했다.

1일의 참관행사에서는 북측 방문단은 100여m 거리의 잠실 롯데월드 민속관을 방문하면서 당초 도보로 가기로 한 합의를 무시하고 “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바람에 남측이 애를 먹기도 했다.

이런 일들로 인해 이산가족 상봉이 마치 북측이 남측에 베푸는 일종의 ‘시혜’같은 인상을 준다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왔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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