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개헌不可論]인위적 정치권 새판짜기 제동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53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29일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밝힌 ‘대통령 중임제 개헌 불가론’의 키워드는 ‘헌법에 대한 존경심’과 ‘특정 정치목적에 이용될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총재도 대통령 단임제의 폐해와 대통령 중임제의 장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는 개헌 자체보다는 그 동기나 시기가 문제이며, 부분적 필요에 의한 개헌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더 많다고 지적했다.

이총재는 미국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이번 미 대선의 혼란에도 불구하고 미 국민이 전혀 불안해하지 않는 것은 바로 헌법에 대한 믿음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200여년 전 노예제도가 있던 시절 만들어진 미국 헌법을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는 것이다.

이총재는 이를 ‘헌법에 대한 국민의 집착과 애착’ ‘헌법에 대한 국민의 존경심’ ‘헌법의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 등으로 설명했다. 그래서 헌법을 자주 바꾸면 안된다는 얘기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에 대한 존경심이 없는 것도 과거 잦은 개헌으로 인해 국가권력의 틀이나 기본권까지도 안방에서 몇몇 사람이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총재의 지적.

‘특정 정치목적 이용 가능성’ 등 개헌론의 동기에 대한 이총재의 언급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개헌론을 매개로 여권과 한나라당 내 일부세력이 연대해 현재의 여야 구도를 흔들려고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이총재는 레임덕 문제에 대해서도 “대통령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은 재선되자마자 레임덕 얘기가 나왔으나, 경제도 좋고 본인이 워낙 부지런하다 보니 레임덕이 거의 없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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