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탄핵안 파문]여 "黨政물갈이" 커지는 목소리

  • 입력 2000년 11월 20일 18시 42분


검찰 수뇌부 탄핵안 처리 봉쇄에 따른 국회 파행사태와 관련해 여권 내에서 당정 쇄신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도부가 무기력하다’〓탄핵안 처리와 관련해 당 지도부가 ‘비(非)의회적’으로 대처, 여론의 비난을 자초한 만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조순형(趙舜衡)의원은 20일 “탄핵안을 보고만 하고 표결을 하지 않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대통령도 국회법은 지키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해 당 지도부의 탄핵안 처리 방식을 문제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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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탕엔 당 지도부의 정국 대처 능력에 대한 누적된 불신이 깔려 있다. 당 지도부의 위기 관리 능력 부재에 대한 여권 내부의 비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온 게 사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곳곳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는 비상 상황에서 여권 전체가 총력동원체제로 나서도 수습이 가능할까 말까한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과 조의원은 “8월 전당대회 직후 당정 쇄신을 못한 것이 두고두고 부담이 되고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이는 당정 쇄신론이 9월에 제기된 ‘당3역 개편론’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얘기였다.

▽‘무슨 문제가 있단 말이냐’〓그러나 지도부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탄핵안 처리 방식과 관련한 문책 주장에 대해서는 “표결 회피가 최선은 아니었지만, 불가피했던 것 아니냐”며 반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서영훈(徐英勳)대표와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 등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안이 요건을 못 갖췄기 때문에 이의 상정에 반대한 것인데 뭐가 잘못됐단 말이냐”고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의원들은 “탄핵안 처리 문제로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전 분열’로 비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개편론이든 뭐든 말할 수는 있지만 조직인으로서 시기와 상황을 감안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개편한다면 언제 어떻게’〓이같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에서는 당정 쇄신은 이제 시기와 방법의 문제만 남은 것 아니냐는 당위론이 점차 설득력을 얻어 가는 추세다.

민주당의 모 최고위원은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면담, 연말께 당 지도부와 청와대 진용의 전면 개편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근태최고위원도 “정기국회가 끝날 때쯤 대대적인 당정 개편을 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당정 쇄신은 여권내 ‘방관자’들을 의사 결정 과정에 끌어들여 ‘총력 동원’이 가능한 체제로 당정을 일신해야 한다는 것이 말 없는 다수 의원들의 주문이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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