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수사 문건 유출]野 "더 강하게" 與 "싸움 자제"

  • 입력 2000년 9월 1일 18시 43분


검찰의 ‘4·13’총선 선거사범 수사 보고서와 관련해 1일 한나라당은 자체 분석 자료를 내놓으며 민주당과 검찰의 사전 조율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등 공세를 계속했다. 반면 민주당은 야당의 아전인수식 해석이라고 반격했으나 검찰 수사 진행중인 사안이라는 이유로 적극 대응은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이날 내놓은 분석 자료를 통해 수사 보고서에 언급된 의원 116명 중 ‘보완 수사’와 ‘혐의 인정’으로 분류된 의원은 한나라당이 각각 13명, 12명인 반면 민주당은 4명과 5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기소 가능성 측면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의 3배라는 뜻이라고 한나라당은 주장했다. 보고서 작성 후 추가 기소된 한나라당 의원 4명도 모두 ‘보완 수사’ 또는 ‘혐의 인정’에 속했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반면 ‘수사중’으로 분류된 의원 29명중 민주당이 23명이나 되는데 대해 “이는 말이 ‘수사중’일 뿐 실제로는 ‘늑장 수사’ 중임을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7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의 부정선거 지역으로 문제삼은 경기 안성 시흥 이천, 인천 부평갑, 강원 태백―정선 등이 대부분 ‘수사중’으로 분류된 것도 검찰의 부실 수사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한나라당은 주장했다.

당내 부정선거대책위원장인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검찰 보고서는 편파 수사를 넘어선 ‘총체적 기획 수사’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광근(張光根)수석부대변인도 “수사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대검 공안2과장은 ‘총풍(銃風)’고문사건의 주임 검사로 야당 파괴 전위대로 비난받던 인물”이라며 “여권이 공소시효가 끝나는 10월까지 곶감 빼먹듯 하나 하나 야당의원들을 엮어 넣으려 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자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으로 근거없는 공세를 펴고 있다”고 반격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검찰이 수사 진행 상황을 기록한 통상적 업무 보고서일 뿐인데 이를 근거로 야당이 ‘편파수사’를 주장하는 것은 무리”라며 “보고서가 정치권에서 유출됐다면 그동안 선거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한나라당에서 유출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변인실도 이날 수사 보고서와 관련해 논평이나 성명을 내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섣불리 맞싸움을 벌일 경우 사태가 오히려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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