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창]北에 소식 전해주오 '눈물의 편지 봇물'

  • 입력 2000년 8월 17일 18시 50분


이산가족 상봉 마지막날인 17일 북한의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해달라는 또다른 이산가족들의 한맺힌 편지와 메모가 쏟아졌다. 이들은 행사장 주변에서 안내원들의 제지에도 아랑곳 없이 북측 취재기자나 수행원들의 소매를 붙잡으며 ‘눈물로 쓴 편지’를 건넸다.

평북 신의주가 고향인 한창현씨(68)는 이날 오전 워커힐호텔 지하1층 복도에서 오찬장으로 가던 북측 카메라기자에게 한 장의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는 부모와 누나 동생의 이름과 나이, 자신의 월남 경위 등이 적혀 있었다. 이씨는 그 기자로부터 “적십자사를 통해 생사 여부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워커힐호텔 정문에서는 황해 해주가 고향인 원영애 할머니(77)가 취재기자들 사이를 헤집고 상봉행사 참석차 호텔로 들어서던 남한의 한 가족에게 메모를 건넸다. 원 할머니는 북측 방문단 가운데 원용국씨(71)가 자신의 동생 필성씨(71)가 다녔던 해주사범학교를 졸업했다는 기사를 보고 동생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을까 싶어 나온 것.

그러나 개별상봉 행사가 끝난 뒤 원용국씨의 조카로부터 ‘동생을 모른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그는 “같은 학교 출신이고 나이와 성도 같아 뭔가 알 줄 알았는데…”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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