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북 신의주가 고향인 한창현씨(68)는 이날 오전 워커힐호텔 지하1층 복도에서 오찬장으로 가던 북측 카메라기자에게 한 장의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는 부모와 누나 동생의 이름과 나이, 자신의 월남 경위 등이 적혀 있었다. 이씨는 그 기자로부터 “적십자사를 통해 생사 여부라도 확인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워커힐호텔 정문에서는 황해 해주가 고향인 원영애 할머니(77)가 취재기자들 사이를 헤집고 상봉행사 참석차 호텔로 들어서던 남한의 한 가족에게 메모를 건넸다. 원 할머니는 북측 방문단 가운데 원용국씨(71)가 자신의 동생 필성씨(71)가 다녔던 해주사범학교를 졸업했다는 기사를 보고 동생의 생사라도 확인할 수 있을까 싶어 나온 것.
그러나 개별상봉 행사가 끝난 뒤 원용국씨의 조카로부터 ‘동생을 모른다’는 얘기를 전해들은 그는 “같은 학교 출신이고 나이와 성도 같아 뭔가 알 줄 알았는데…”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렸다.
<정승호기자>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