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성과/경의선 복원]'경제핏줄'에 다시 기적

  • 입력 2000년 7월 31일 19시 13분


경의선 복원 합의는 남북간 ‘신경망’ 연결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 육상교통망 확보에 따른 경제적 효과, 대륙진출의 발판 구축이라는 청사진까지 기대케 한다.

남북이 복원키로 한 단절구간은 남한측 문산∼장단간 12㎞와 북한측 장단∼봉동간의 8㎞ 등 총 20㎞. 구간이 짧고 공사에 별 어려움이 없어 남북은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사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정부는 97년 문산∼장단간 용지를 매수, 이르면 10월경 복구사업에 들어갈 수 있다.

정부는 경의선 남측구간 연결사업에 19개월, 북측구간은 3년 가량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별 차질이 없다면 2003년경 완공될 수 있다는 얘기.

경의선 복구사업에는 남측구간 509억원, 북측구간 936억원 등 모두 1445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철도청은 내년도 예산에 경의선 복구공사 착공비와 설계보완 비용으로 모두 100억원을 배정해 줄 것을 요청해 놓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 일정은 내달 평양 2차 남북장관급 회담과 실무회담에서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부서인 건설교통부는 경의선 등 철도연결사업을 위해 ‘남북 철도망 구축추진 계획안’을 이미 마련해뒀다. 이 안에 따르면 구체적인 복원시기와 소요예산, 운영계획 등 골격이 짜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의선이 복원되면 북한은 철도사용료 명목으로 1억달러 이상의 현금수입을 올릴 수 있고 남한은 연간 2400만∼5200만달러의 물류비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는 경의선 단절구간 연결사업이 이뤄진 뒤에는 북한 철도의 신호체계 개선 및 노후 레일 교체 등 시설개량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건교부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남북철도 통합운영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놓았다. 사업완료까지는 4년이 걸리며 소요예산은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의선 복원은 남북간 교통망 연결을 넘어 대륙 진출의 확대라는 의미도 갖는다. 부산∼서울∼평양∼신의주를 거쳐 중국 러시아 유럽으로 이어지는 유라시아대륙 연계 철도망 구축이 ‘현실’로 한걸음 더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경의선?/서울∼평양∼신의주 총499km▼

경의선은 경인선 경부선에 이어 1906년 개통됐다. 서울에서 개성 사리원 평양 신안주를 거쳐 신의주에 이르는 총연장 499㎞의 철도. 구한말에는 제국주의 열강의 한반도 약탈 도구로 쓰였고 일제시대에는 굶주린 백성들이 조국을 등지던 한많은 민족의 동맥이었다.

경의선은 특히 신의주를 통해 중국 대륙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제국주의 열강들이 서로 철도 부설권을 차지하려고 각축을 벌였던 대표적인 노선. 철도 부설권이 프랑스 독일을 거쳐 대한제국 정부에 돌아왔다가 다시 일본의 군사 철도로 이용된 슬픈 역사를 갖고 있다.

해방 전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직행 열차가 다녔으며 침대차도 운행되었다. 또한 일제가 1911년 중국의 안봉선을 협궤에서 표준궤로 개축하고 압록강 철교를 놓음으로써 한국과 중국 동북지방의 철도가 연결됐다. 당시 서울에서 중국 동북의 창춘(長春)을 주 3회씩 직통 운행하는 특급열차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러나 해방 직후 기쁨에 넘친 귀향민들을 태우고 운행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끊겼으며 현재 남측 구간은 서울에서 문산까지 46㎞ 구간만 운행되고 있다.

해방 전 큰집에 가기 위해 평북 선천과 신의주 사이를 자주 왕래했다는 함성한(咸成翰·70·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씨는 “고향에 가고 싶어 열차를 타고 문산까지 수없이 왔다 갔다 했다”면서 “북한까지 철도가 연결되면 가족을 모두 데리고 신의주와 중국 단둥(丹東)까지 다녀오겠다”며 감격했다.

함씨에 따르면 해방 전 경의선은 일본인 외에 통학생과 상인이 많이 이용했으며 시골에서 쌀을 지고 평양에 팔러 가는 사람이 많아 열차가 내려앉은 적도 있다고. 1930년대 여객운임은 ㎞당 보통석은 3전1리, 특등석은 4전3리 정도였다.

<신연수기자>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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