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연합-연방제 통일' 비교]'하나'를 향한 두갈래 길

  • 입력 2000년 6월 17일 00시 3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남북 공동선언에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합의했다. 이 말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양측 주장 공통점 많아▼

한마디로 말하면 그동안 북한측이 주장해 온 고려연방제를 조금 ‘느슨하게’ 바꿀 경우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 김대통령의 연합제 통일방안과 공통점이 생기므로 이 공통점 위에서 통일을 추진하자는 얘기다.

80년에 나온 북한의 고려연방제는 ‘1 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를 상정하고 있다. 이것은 ‘중앙정부가 국방과 외교권을 갖고 남북은 각각 별개의 지방정부로 편입되는 형태’를 의미한다. 남한으로서는 이같은 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분단의 상처가 깊은데 하루아침에 ‘1국가 1정부’가 된다는 것 자체가 실현성이 없을뿐더러 만약 그렇게 되면 주한미군부터 철수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와중에 북한은 91년 김일성(金日成)주석의 신년사를 통해 ‘느슨한 형태의 연방제’라는 말로 연방제를 바꿔서 들고 나왔다.

▼외교-국방권 보유한채 연방구성▼

‘느슨한 연방제’란 ‘1민족 1국가 2정부’의 골격은 그대로 두되 남과 북의 지방정부에 국방과 외교권을 대폭 이양한 ‘완화된 연방제’를 뜻했다. 이 ‘느슨한 연방제’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선언에서 ‘낮은 단계의 연방제’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것이다.

‘느슨한 연방제’라면 김대통령이 3단계 통일방안중 1단계로 내세우고 있는 ‘남북연합’(연합제)과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연합제는 ‘1민족 2국가 2제도 2정부’를 상정하는데 남과 북의 지방정부가 중앙정부로부터 국방과 외교권을 대폭 이양받아 사실상 2개의 국가로 활동하는 ‘느슨한 연방제’와 실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김대통령도 “북한은 근자에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 따라 중앙연방이 갖는 외교와 군사권을 지방정부가 가져도 좋다고 했다”며 “이는 실제로는 우리 안(연합제)과 상통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바로 이 ‘상통한 점’에 착안했고 이를 김국방위원장에게 설득해 결국 남북공동선언에 이를 포함시키기에 이른 것이다.

▼전제달라 실질협상선 논란예상▼

물론 문제가 적지 않다. 양자는 본질적으로 전제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막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공통점을 찾기 위한 협상에 들어가면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남측이 연방제에 합의했으므로 주한미군부터 철수시켜라’고 주장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