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선언이후]법무-국방-교육부 "속앓이"

  • 입력 2000년 6월 16일 18시 50분


코멘트
《남북정상회담은 갈등과 대결로 점철했던 남북 관계를 화해와 평화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분단 55년이 낳은 의식적 법적 제도적 갈등의 틀을 남북 정상간의 한번의 만남으로 일순에 바꾸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특히 북한을 적대적 대상으로 규정해온 법무부 국방부 교육부의 고민은 만만찮다. 정상회담 이후 3개 부처의 대북 입장을 짚어본다.》

▼법무부, 北찬양 고무 불고지죄등 폐지 검토▼

국가보안법 개정 작업의 주무부서인 법무부는 북한을 사실상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개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이미 정리해놓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3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를 통해 국가보안법 개정을 건의했으며 이후 비공식적인 여론조사와 사례연구 등으로 법개정을 위한 준비작업을 해왔다.

기본 가닥은 기존 국보법을 폐기하고 대체입법을 하는 것보다는 국보법을 개정 보완하는 쪽. 개정 방향에 대해 법무부는 “‘북한에 이로운 행위’를 처벌하는 구조에서 ‘우리 안보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반국가단체의 개념을 규정한 국보법 제2조와 제7조(찬양 고무 등), 제10조(불고지) 등이 폐지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법무부는 국보법 개정에 대해 야당과 보수 계층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고심중이지만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크게 변하고 보수계층의 반발도 많이 희석될 것으로 판단, 국보법 개정작업을 서두를 방침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전의 비공식적인 여론조사에서는 국보법 개정에 대한 이견이 만만치 않았다”며 “정상회담 이후 여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국방부 "北 가시적 조치 없는한 主敵개념 유지"▼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한 인민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과 포옹을 하고, 인민군의 사열까지 받은 것에 대해 군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군 관계자는 “햇볕정책 이후 계속 논란이 됐던 문제지만 특히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란 존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 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군 당국의 이런 고민은 우리 군이 북한을 ‘주적(主敵)’으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 국방백서는 국방목표를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고 명시하고, ‘외부의 군사적 위협’을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으로 설명하고 있다.

군 당국은 정상회담이 이뤄졌다고 해서 당장 주적 개념을 바꾸는 데 대해서는 내심 반대하는 입장이다. 북한의 군사위협이 엄존하고 있고, 북한이 대남적화노선을 포기했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또 주적을 변경할 경우 자칫 ‘주변국’의 오해를 부를 소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주적 개념 변경은 북한의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북한이 노동당규약과 군사전략 등에 명시한 ‘대남 적화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상호불가침 및 평화협정 체결, 군축 등의 가시적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교육부 "교과서 보완등 통일교육 수정 불가피"▼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 분위기가 무르익고 학생들의 대북 인식이 바뀌면서 교육부는 시대에 걸맞은 통일교육을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현행 교과서는 올해부터 시작된 7차 교육과정에 따라 북한을 적대적으로 다루는 내용이 많이 삭제됐으나 교과서 제작 당시 급격한 남북관계 개선을 상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통일 교육도 전반적으로 교과량이 줄면서 중학교의 경우 교육시간이 연간 36시간에서 12시간으로 줄었고, 고등학교는 연간 20시간에서 17시간으로 3시간이 줄어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때 교육시간이 줄어든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우선 교사들의 지도서 등을 시급히 보완, 학생들이 북한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통일부 등 관련 부처와 조만간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 결과 학교교육을 통해 북한관련 정보를 얻는다고 답한 학생의 비율이 중학생 5%, 고교생 6.8%에 불과해 교육부는 교과서 보완은 물론 교사 연수 등도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학생들이 통일에 대한 비관론이나 북한에 대한 무분별한 동경심에 빠지는 것을 경계,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