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장단 선출/본회의장 이모저모]

  • 입력 2000년 6월 5일 19시 25분


16대 국회는 첫날인 5일 국회의장단 선출과 개원식을 가짐으로써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문제,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서리 인사청문회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순조로운 출발이 어디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날 ‘140대 132’라는 국회의장 선거결과는 ‘여대야소(與大野小)’로의 정국구도 재편과 여권의 정국운영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알리는 전조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

의장선거 결과 자체가 민주당과 자민련의 공조복원, 민국당과 한국신당 의원들의 동조를 통한 범(汎)여권의 결속을 확인해 줬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자민련과의 표결공조는 물론 무소속표까지 견인해냈다며 한껏 고무된 반면 한나라당은 당 소속의원 133표마저 지켜내지 못한 데 대해 낙담한 표정이 역력.

특히 자민련은 의장단 선거에서 확인된 ‘철벽공조’의 위력이 초미의 관심사인 원내교섭단체 구성 문제에서도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

반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결과”라며 “당적을 이탈하고 말 뒤집기를 일삼아온 인사가 국회의장이 된 것은 민주당의 집단이기주의 발로”라고 화학적 반응.

○…재적의원 273명 전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의장단 선출은 두 시간만에 일사천리로 진행. 이만섭(李萬燮)의장은 자신의 당선 인사말이 끝난 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박수를 치자 “국회에서는 국가 정상이나 외빈들의 연설 외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다”고 설명.

사실상 나눠먹기로 진행된 부의장선거에서 한나라당 홍사덕(洪思德)의원은 238표를 얻은 반면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의원이 187표를 얻는 데 그치자 자민련측은 한나라당측을 겨냥해 “매너가 형편없다”고 힐난.

○…오후에 열린 개원식에서 이만섭의장은 개원사를 통해 “의사봉을 칠 때마다 한번은 여당을 보고, 한번은 야당을 보며, 또 마지막으로 국민을 바라보는 ‘양심의 의사봉’을 칠 것”이라고 다짐.

이어 여야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본회의장에 입장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연설중 주로 민주당의원들 사이에서 18차례나 박수가 터져나왔는데 박수는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이 ‘바람잡이’ 역할을 해 눈길.

이에 앞서 있었던 여야간 협상은 김대통령의 개원연설 청취를 원내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를 저지하는 카드로 쓰려한 한나라당의 전략 때문에 막판까지 진통.

결국 “대통령의 연설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박희태(朴熺太) 강재섭(姜在涉) 하순봉(河舜鳳)부총재 등의 유화론과 강삼재(姜三載) 이부영(李富榮) 최병렬(崔秉烈)부총재 등의 강경론이 엇갈린 끝에 한나라당의 당론은 유화론쪽으로 선회.

그대신 민주당측은 ‘국회법개정안을 일방처리하지 않겠다’고 한나라당측에 구두 약속.

○…국회의장 투표가 끝난 뒤 여야 의원들의 화제는 한나라당 이탈표 1표가 누구일까에 집중. 개표결과 이신임의장이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수를 합한 136표 이외에 4표를 더 얻은 반면 한나라당 서의원은 한나라당 의원정수(133명)보다 1표가 모자라 당지도부는 ‘배신자 색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그나마 서청원의원을 찍지 않은 1명이 서영훈(徐英勳)대표를 찍었다면 모르지만 이만섭의원을 찍었다면 이탈표가 2표였을 가능성도 있다”며 당내에 의심이확산되는 분위기를 우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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