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담화]야당과 대화-협력 거듭 강조

  • 입력 2000년 4월 17일 19시 40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7일 대국민담화에서 던진 메시지는 크게 ‘국민화합추진’과 ‘원칙견지’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김대통령이 한나라당의 제1당 확보를 축하하면서 여야영수회담을 정식제의하고 민심수용방침을 여러 차례 표명한 것은 한나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정국운영의 전제로 삼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물론 선거결과에 대한 불만표시도 곁들였다. 지역감정을 거론한 것은 지역대결구도의 산물인 이번 선거결과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심경의 일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현실은 현실’이라는 인식 아래 야당, 특히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의 타협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굳혔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또 김대통령이 이날 자민련과의 공조복원을 공식 언급함으로써 앞으로 자민련과의 물밑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대화합의 기조 위에서 김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국민적 협력을 호소했다. 김대통령이 “저 혼자 모든 것을 한다는 생각을 갖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야당과 국민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양보의사는 없음을 밝혔다. “총선 민의는 여야 어느 쪽도 승자로 만들지 않았다”는 김대통령의 현실인식에서는 “지킬 것은 지키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각 부문에 대한 지속적인 개혁방침과 병역비리 부정선거 등 각종 부정부패의 척결, 집단이기주의 배격 등의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자칫 선거부진이 ‘레임덕’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

<최영묵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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