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與野 '위기론' '관권-금권' 뜨거운 공방

  • 입력 2000년 4월 6일 19시 38분


‘경제위기론’이 종반 선거전의 쟁점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민주당이 6일 서영훈(徐英勳)대표의 기자회견과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의 지방유세 등을 통해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제2의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여당이 총선승리에 혈안이 돼 위기를 부추기며 국민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당 논리〓경제 위기론의 근거로 이날 최근 코스닥지수가 200선 이하로 폭락하는 등 현실적 불안요인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3월10일부터 4월4일까지 일반 주식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이 34조6000억원이나 감소한 것은 “국가채무를 부풀리고 외국자본 유치를 국부유출로 왜곡해 선전한 한나라당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코스닥지수 폭락 등 최근 상황은 정치공방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증권전문가는 “코스닥지수 폭락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독점판결과 나스닥지수의 폭락이 배경이며 국내적으로는 인터넷 등 첨단기술 기업 가치에 대한 회의론이 근본 원인”이라며 “국부유출론 시비가 영향을 미쳤다해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위기론’은 기본 출발점부터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인 셈.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 승리 때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특히 외국인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 민주당은 이날 “총선에서 여당이 실패할 경우 개혁 드라이브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3월13일자 ‘비즈니스위크’ 보도를 소개했다.

민주당측은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의 국부유출론 시비와 구조조정 비판론 등이 외국인들 눈에는 ‘국수주의’ ‘재벌 옹호’로 투영돼 투자불안 심리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외의존도가 90%를 넘는 우리의 현실에서 외국인들의 이같은 불안감은 곧바로 자본철수 등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이슈와 총선 후 실제 정책기조가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는 만큼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개혁이 지연되고 경제위기가 재발한다고 속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야당 반박〓민주당의 경제위기론에 대해 한나라당은 ‘적반하장’, 자민련은 ‘야당에 덮어 씌우기 책략’이라고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먼저 한나라당은 국가채무의 실상은 외국기관들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는데도 여당은 마치 한나라당이 ‘국가기밀’을 누설해 외자가 빠져나가고 경제가 불안해지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여당 총선 패배시 경제위기 도래론’에 대해서는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새로운 독재의 길로 치달을 것이며 경제위기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반박논리로 응수한다.

또한 ‘주가폭락 야당 책임론’은 사안의 민감성 때문인지 당 지도부가 모두 나서 반격을 가했다. 홍사덕(洪思德)선대위원장은 이날 인천지역 거리유세에서 “김대통령이 상환능력이나 자본이 전혀 없는 북한에 퍼주기식 특수(特需)를 호언장담한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회수에 착수하는 바람에 주가 대폭락이 왔다”고 주장했다. 이한구(李漢久)선대위정책위원장은 “지난 2년간 여권이 모 증권사와 협조해서 주식시장을 띄워 정치자금을 조성하다가 선거를 앞두고 자금을 뺀 게 주가 폭락의 한 원인이 아니냐”고 따졌다.

자민련은 경제문제가 정치공방의 대상이 돼선 안된다는 그동안의 기조를 바꿔 이날 야당성 부각 차원에서 민주당측에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이규양(李圭陽)수석부대변인은 특히 논평에서 “코스닥시장에서 집권당이 정치자금을 조달했다는 증권가 루머에 대해 민주당은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승모·박제균·이철희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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