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현장을 가다]"튀어야 이긴다"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공식선거운동 이틀째인 29일 각 후보 진영, 특히 총선에 처음 출마한 신인들은 일제히 ‘얼굴 알리기’를 위해 발벗고 뛰었다. 방식은 전통적인 출근길 자동차에 절하기에서 사이버선거운동까지 다양했지만 오직 ‘튀어야 산다’는 일념으로 전력투구하는 양상이었다.

▼이색홍보▼

○…대전 동구의 자민련 이양희(李良熙)후보는 용전동 사거리에 대형 멀티비전을 세워놓고 인기 축구 해설자 신문선씨의 축구중계 스타일을 흉내내며 지지를 호소. 또 충북 청주 상당의 한나라당 한대수(韓大洙)후보측은 유세장에 조선시대 명의 허준의 복장을 한 인물을 배치.

한후보측은 “최근 매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허준 드라마에서 힌트를 얻었다”며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인물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

○…경남 진주의 민국당 강갑중(姜甲中)후보는 28일 진주시 중앙로터리에서 ‘진주시민은 썩은 정치를 거부한다’는 글귀를 내걸고 고사를 지낸 데 이어 이날은 흰색 두루마기를 입은 채 진주시 전역을 돌아다니며 소금 3가마니를 뿌린 뒤 “깨끗한 선거가 돼야 한다”고 역설. 전대협의장 출신인 광주남의 무소속 송갑석(宋甲錫)후보는 조선대 ‘헌혈의 집’을 찾아 선거운동원 20여명과 함께 헌혈을 하면서 ‘젊은피’임을 과시.

한편 각 후보 진영이 다양한 선거홍보용 소품을 동원하자 지역 선관위 관계자들은 각 당 후보들에게 “두르거나 달거나 한 손에 지닐 수 있는 물품만 사용이 가능하다”고 통보. 그러나 각 후보측은 “피켓은 두 손으로 드는데 허용하면서 걸치거나 짊어지는 물품은 왜 안되느냐”며 항의해 곳곳에서 마찰을 빚기도.

▼흑색선전▼

○…부산 수영의 민국당 신종관(辛宗官)후보는 이날 가로 60㎝, 세로 1m 짜리 대형 화투장들을 들고 나와 눈길. 신후보측은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후보가 15대 국회에서 화투를 치다 물의를 일으킨 사건을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 그러나 유후보 측은 “화투 사건의 경우 무혐의로 판명됐다”고 해명.

대구 동구의 민국당 서훈(徐勳)후보는 군가인 ‘진짜사나이’를 로고송으로 채택, 경쟁후보의 병역 약점을 공격.

▼사이버홍보▼

○…부산 사상의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후보는 인터넷과 통신공간을 활용한 선거운동을 시작. 29일에는 홈페이지에 권후보의 동영상을 올렸으며 젊은 유권자들에게 E메일도 보낼 예정.

경남 창원을의 민주당 차정인(車正仁)후보측은 젊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개인적 취향에 관심이 많은 점에 착안, △좋아하는 색깔 △구두사이즈 △시력 △좋아하는 음식과 스포츠 △감명깊게 본 영화 △자신의 한방체질 등의 내용을 자신의 사진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기도.

▼대권도전 선언▼

○…무소속 정몽준(鄭夢準)후보는 이날 오전 울산 동구 서부동 지구당 사무실에서 당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선거사무실 개소식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16대 대통령선거에서의 대권도전의사를 표명.

그동안 대권도전에 관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해온 정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무소속 후보로 대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는데 일부에서는 ‘가장 유효한 총선전략’이란 분석도 대두.

경남 마산 회원의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 천년 차기 대선후보는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춘 미래지향적이고 젊은 인사여야 한다”며 사실상 대권도전의지를 피력.

▼장기자랑▼

○…대전 서갑구의 민주당 박병석(朴炳錫)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배재대 정문에서 유세를 마친 뒤 중국학과 학생들과 점심을 같이 하는 자리에서 ‘즉석 토론회’를 중국어로 진행. 박후보는 6년간의 중앙일보 홍콩특파원 시절 익힌 유창한 중국어로 대만 중국 통일문제에서 지역 대학 발전 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

▼가족동원▼

○…신고재산이 350억원에 이르는 재산가인 대전 대덕구의 무소속 이인구(李麟求)후보는 이날 유세 때 8명의 딸을 모두 유세장에 동원해 ‘딸 부자’로서의 면모를 과시.

이후보의 딸들은 가슴에 ‘첫째 딸 XX’라는 대형 목걸이를 달고 거리의 유권자에게 인사공세를 벌였는데 부정선거단속원들은 “딸이 왜 이렇게 많으냐”며 진짜 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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