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현장을 가다]'敵情'탐색 첩보전 방불

  • 입력 2000년 3월 29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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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의 지름길은 적(敵)을 아는 것.”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상대후보의 탈법 불법 선거운동에 대한 감시전(監視戰)도 점점 치열한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이를 위해 상대후보 선거사무소에 자기운동원을 ‘위장취업’시키는 등 각종 아이디어도 백출한다.

▼망원렌즈로 탈법현장 촬영▼

○…7명의 후보가 출마한 부산 연제의 경우 6명의 후보 선거사무실이 연산로터리에 밀집해 있어 상대후보측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일부 후보진영이 망원렌즈를 동원해 전방위 감시활동에 돌입.

A후보 사무실 운동원들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부터 80㎜ 망원렌즈를 부착한 캐논 카메라를 동원해 이날 하루 동안만 연산로터리 주변에서 일어난 상대후보의 탈법운동 현장 3건을 비밀리에 촬영.

이 지역에 출마한 B후보의 경우는 “다른 후보 진영 정보(情報)운동원들을 파악해두고 있다”며 “선거 막바지에 ‘역정보’를 흘리는 식으로 승기를 잡기 위해 우리 비선(秘線) 조직과 그들간에 ‘통로’를 구축해 놓았다”고 털어놓았다.

▼"정보샌다"첩보원색출 법석▼

○…부산 지역의 한 야당후보의 경우 최근 자신들이 전화여론조사를 가장해 탈법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부산시 선관위에 전해지자 바짝 긴장. 특히 사무실 구조나 여론조사용 컴퓨터 비치 장소는 물론 설문내용에 이르기까지 제보가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내부자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사무실 출입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

한편 강원지역의 한 야당후보측은 상대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지역에 구전(口傳) 홍보단을 지역별로 침투시켜 그날 그날의 동향을 탐지하는 한편 상대 후보의 조직책들에게 매일 전화를 걸어 ‘투항’을 권유하기도.

▼'몰카'들고 상대후보 미행▼

○…민주당 전남 나주지역 배기운(裵奇雲)후보측은 하루종일 자신을 미행하며 몰래카메라로 촬영을 한 C후보측의 선거운동원을 붙잡아 5개의 비디오테이프를 압수한 뒤 나주경찰서에 고발.

C후보측은 비디오촬영기사인 박모씨 등 2명을 고용, 이달 중순부터 △배후보가 참석한 행사 참여 인사 △지구당사를 출입하는 당직자들의 모습과 차량번호 △나주시 관계자들의 동정 등을 촬영토록 했다는 것. 이에 대해 C후보측은 “배후보측의 돈 살포여부와 나주시 관계자들의 관권개입여부를 확인하고 증거를 잡기 위해 촬영했을 뿐”이라고 반박.

<부산·춘천·광주〓권기태·정위용·박윤철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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