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동 발언]'지역감정 현주소' 강조…꺼지지 않는 논쟁 불씨

  • 입력 2000년 3월 8일 19시 14분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가 8일 이번 총선의 최대이슈로 부각된 지역감정 논란에 또다시 기름을 끼얹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가 ‘지역감정 DJ책임론’으로 논란의 불길을 댕긴 데 이어 이른바 ‘지역감정 거론 자격시비’로 확전을 꾀한 셈이다.

이총재의 이날 발언요지는 “지역감정의 최대수혜자인 민주당이 이 문제를 거론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 뒤집어 얘기하면 지역감정 논란에 내재한 현실적 지역할거구도를 언급한 것이다.

현재의 의석비율로도 그렇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호남의 의석을 거의 석권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 반면 영남권에선 한나라당과 자민련 민국당이, 충청권에선 자민련과 한나라당 민주당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이런 ‘경쟁구조의 불균형현상’이 타파돼야 한다는 게 이총재의 지적. 지역감정의 ‘현주소’를 근거로 민주당을 정면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총재의 발언은 나아가 “그동안 지역감정의 수혜를 누릴 대로 누려놓고 이제와서 ‘지역감정은 안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논리’도 내포하는 것. 그러나 이같은 논리에는 “특정지역의 현상이 지역감정조장의 당위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취약점을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총재가 “싸움도 제3자가 말려야 하듯 동서화합은 영 호남이 아닌 경기도와 충청도가 앞장서서 이뤄내야 한다”며 ‘중부권 역할론’으로 결부시킨 것도 다분히 지역감정 불씨를 선거이슈로 계속 살려가겠다는 자민련의 의도를 드러낸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4당 경쟁체제로 치러지는 이번 총선에서는 이처럼 물고 물리는, ‘승자도 패자도 뚜렷해질 수 없는’ 지역주의 공방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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