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민국당 신경전]영남지역 벌써부터 '들썩'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한나라당과 28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치른 민주국민당의 영남 대회전(大會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나라당은 우선 3월3일과 9일 대구와 부산에서 각각 필승결의대회를 열어 민국당 바람 차단에 나서기로 했다. 민국당 바람 차단 논리는 영남지역 지지를 기반으로 한나라당이 제1야당의 위치를 확고히 구축해야 DJ정권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은 부산 경남(PK)과 대구 경북(TK)지역의 민심 흐름에 차이가 있는 점을 감안해 두 지역에 대한 접근전략을 차별화한다는 구상이다.

YS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PK지역에서는 ‘DJ정권 견제론’을 주전략으로 내세운다는 방침. 즉 민국당으로 표가 쪼개질 경우 97년 대선 때 이인제(李仁濟)후보에게 표가 분산돼 정권을 내줬던 것과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을 강력히 부각시켜 나가겠다는 것. 반대로 TK지역에서는 ‘반(反) YS정서’를 이용해 민국당이 득세하면 YS의 정치재개 발판을 마련해주는 꼴이 된다는 논리로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반면 민국당은 3월8일 중앙당 창당 이전에 신상우(辛相佑)의원과 이기택(李基澤) 김광일(金光一)전의원은 PK지역을, 김윤환(金潤煥)의원과 이수성(李壽成)전국무총리는 TK지역을 돌며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방침.

이들이 내세울 주장의 핵심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영남 홀대론’. 이총재가 영남 민심을 얕잡아 보고 영남출신 중진들을 대거 낙천시켰다는 점을 들어 공격하겠다는 것.

민국당은 또 한나라당 낙천자 영입뿐만 아니라 한나라당 공천자들도 끌어들이기 위해 접촉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부산에서는 신상우 이기택 김광일 문정수(文正秀)씨 등을 중심으로, TK에서는 김윤환의원과 정호용(鄭鎬溶) 황병태(黃秉泰)전의원 등을 거점으로 ‘벨트’를 형성해 민국당 바람을 일으킨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양당의 치열한 세확보 과정에서 파생되는 지역감정촉발이 이번 총선 판세와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벌써부터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미리보는 양당대진표▼

한나라당과 민국당이 사활을 건 일전을 벌일 주 전장(戰場)은 영남권. 그 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맞대결 양상이 벌어질 지역은 부산이다.

이 지역에 대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YS의 핵심측근인 김광일(金光一)전비서실장이 서구 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한나라당 공천을 탈환한 정문화(鄭文和)의원이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조만간 신당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 박찬종(朴燦鍾)전의원은 중-동구에 출마해 한나라당 정의화(鄭義和)의원과 맞붙게 될 전망이다. 이미 북-강서을에서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문정수(文正秀)전부산시장도 신당 간판 아래서 민주당 노무현(盧武鉉)의원, 한나라당 허태열(許泰烈)위원장과 3파전을 벌일 태세다.

공천 탈락한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과 이기택(李基澤)전의원은 각각 사상과 연제에 출마할 예정. 한나라당 박관용(朴寬用)의원이 버티고 있는 동래에는 강경식(姜慶植)의원이 무소속 출마의사를 고수하고 있으나 막판에 신당에 합류하는 방안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기장갑과 을에는 양휘부(梁輝夫)전KBS창원총국장과 오규석(吳奎錫)전기장군수가 신당 주자로 각각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구의 경우 중구에서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과 맞설 후보로 정호용(鄭鎬溶) 김현규(金鉉圭)전의원 등이 거론된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서훈(徐勳)의원은 한나라당 강신성일(姜申星一)위원장과의 설욕전을 준비 중.

신당은 특히 달서을에서 이미 무소속 출마를 준비 중인 전경환(全敬煥)씨 영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경북 의성-군위에는 김동권(金東權)전의원을 내세워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의원과 맞불을 놓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경남에서는 △통영-고성 이청수(李淸洙)전KBS해설위원실장 △의령-함안 김영덕(金榮德)변호사 △사천 유형재(劉亨在)씨 등이 신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