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YS전격방문]李총재, 출근길에 "상도동 가자"

  • 입력 2000년 2월 26일 00시 17분


25일 아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상도동 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맹형규(孟亨奎)총재비서실장은 “24일 밤 늦게 이총재의 상도동 방문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가회동 자택을 나온 이총재가 “상도동으로 가자”고 지시하고 나서야 수행비서들은 이총재의 상도동 방문사실을 알게 됐을 정도라는 것. 민주계인 서청원(徐淸源)의원이 양 진영간에 다리를 놓았다는 후문이다.

40분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만난 이총재는 이날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상도동 방문사실을 공개했다.

YS도 이날 경기 광주 양자산 산행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총재가 현 상황을 ‘국난’이라고 하면서 ‘김전대통령이 어떻게 어려움을 풀어달라, 도와달라’고 했다”고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YS는 이어 “이총재가 ‘공천이 부분적으로 잘못됐다’며 부산 서구(공천자)를 바꾸겠다고 했으나 나는 그저 서구 주민들이 우리 집을 방문했고 시의원 2명이 탈당한 뒤 (상도동을) 왔다 갔다는 사실만 말했다”며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총재측은 이날 상도동 방문이 ‘성공작’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YS가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한 것 자체가 이총재의 지원 요청에 대한 묵시적 동의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반론도 없지 않다. YS가 그동안 조순(趙淳)의원 등 신당참여 인사가 상도동을 찾았을 때 회동사실을 공개한 것과 달리 이날 회동을 완전히 비밀 비공개에 부친 것이 결국 이총재에 대한 YS의 ‘앙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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