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구도 어디로]'3金'퇴조…지역몰표 사라질듯

  • 입력 2000년 2월 24일 23시 11분


한나라당 공천파동의 후유증으로 신당이 태동되는 데 이어 자민련이 2여공조 파기 선언을 하고 나서는 등 16대 총선 정국이 갈수록 요동치고 있다.

▼'1盧3金'때와 성격 달라▼

두 갈래 새 흐름으로 ‘4·13’ 총선은 일단 ‘1여(與) 3야(野)’의 틀로 치러지게 될 전망이다. 이 구도는 외형상 87년 대선과 88년 총선 때의 ‘1노(盧) 3김(金)’ 구도와 유사하다. 그러나 상황의 본질이나 정치사적 측면에서는 그 성격이 확연하게 다르다는 분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을만하다.

이같은 분석의 논거로는 대체로 세가지 관점이 제시된다. 우선 이번 총선은 물리적 여건상 지난 20여년 가까이 한국정치의 지배구조를 형성해온 이른바 ‘3김(金)정치’가 퇴조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행되는 ‘과도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번 총선에서 지역할거적 투표행태가 더욱 심화되리라는 전망이 강하게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지역에서의 특정인에 대한 배타적 정서가 투표행태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일 뿐, 정국구도를 근본적으로 결정지을만한 위력의 특정지역 싹쓸이식 지역패권양상이 재현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약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표의 분산'가능성 높아▼

DJ의 정치기반인 호남의 경우 현재 뚜렷한 지역출신 차세대리더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집권목표’를 향한 표의 결집이 되풀이될지는 의문이다. 이른바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일컬어지는 영남의 경우도 특정 정파가 지지를 독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돼가는 형편이다. 특히 최근의 신당 태동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운 정파 간 ‘표의 분식(分食)’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충청지역의 경우도 권력(YS)으로부터 직접 배척을 당했던 15대 때처럼 ‘JP바람’이 일어나고 몰표현상이 재현되기는 힘들다는 게 지역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같은 ‘3김’의 장악력 약화와 ‘지역표 분화’ 현상은 이번 총선과정에서 두드러질 가능성이 큰 ‘대선 전초전’적 성격과도 맞물린다. 즉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등이 충청권을 중심으로 ‘차세대 바람’을 일으킬 경우 총선의 ‘의제(議題)’가 급전할 수 있고 이 또한 타지역에서의 표의 분산을 유도하는 동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전체 유권자의 60%를 차지하는 20, 30대 유권자들의 향배와 시민단체들의 움직임도 선거결과를 예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특히 40대 이후 세대보다 지역감정에 덜 민감한 20, 30대 유권자층이 어떤 ‘감성적 선택’을 할 것인지,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이 결국 여야의 기존 구태 정치인들에 대한 ‘표의 심판’으로 이어질지 아직 짐작키 어렵기 때문이다.

▼총선이후 정계개편 불가피▼

이처럼 정치사적 맥락에서 기인하는 몇가지 변수들로 인해 이번 총선은 그 어느 때 보다 불가측성(不可測性)의 양상을 띨 전망이다. 총선 이후 크든 작든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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