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운동 회오리]공동정권 흔들리나?

  • 입력 2000년 1월 25일 20시 20분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의 소용돌이 속에서 공동정권은 ‘파국’을 맞게 되는 것일까.

요 며칠 사이 겉 공기만 보면 DJP 간에는 ‘결별’ 이외에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특히 총선시민연대의 ‘JP퇴출’ 주장으로 상황은 돌이키기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는 느낌이다.

물론 공동정권의 파경은 말 몇 마디나 겉으로 드러난 감정표현만으로 섣불리 예단할 일은 아니다. 현재 드러나고 있는 자민련의 초강수도 자칫 궤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자구책의 성격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의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도 25일 ‘루비콘강을 건넌 것이냐’는 질문에 “루비콘강에 안개가 너무 많이 끼어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자민련의 강경대응에서는 총선을 겨냥한 ‘계산된 도발’의 측면이 강하게 감지된다. 자민련은 총선시민연대가 공천반대인사 명단을 발표하자 곧바로 여권핵심과 시민단체 간의 ‘자민련 파괴음모 커넥션’을 캐내겠다는 결전 태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보수세력 결집을 도모하자’는 전술적 행보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이 보수와 혁신의 대결구도로 간다면 ‘충청권+α’로 자민련이 결코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측도 이런 자민련의 계산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총선을 앞두고 양당간에는 각론에서 이견과 충돌이 빈발할 것이지만 기본적인 공조노선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색깔과 노선이 다른 두 당의 선거국면에서의 협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경쟁과 대결은 불가피하다는 것.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평생을 재야 시민단체와 함께해온 DJ와 ‘원조보수’를 자처하는 JP의 차이가 낳은 현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민련측을 설득할 마땅한 카드가 없는 것이 청와대의 고민이다. 이런 2여공조의 파경 위기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JP의 선택. 하지만 JP는 여전히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JP는 자민련의 강경대응을 그대로 ‘추인’하면서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문제는 당 소속 의원 개개인의 사활이 걸린 상황이기 때문에 당 수뇌부라 해도 내부 제어력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 다시 말해 이제 DJP 공조여부는 JP의 손을 떠나고 있다는 얘기다. JP는 25일 민주당 후원회(27일) 초청장을 전달하러 자민련을 방문한 김봉호(金琫鎬)민주당후원회장에게 “앞으론 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당의 결정이 중요하다”며 거절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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