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통일-남북관계 전망]연내 고위급회담 가능성

  • 입력 2000년 1월 10일 08시 06분


《올해 남북관계는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 총리실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원장 곽태환·郭台煥)이 최근 펴낸 정책보고서 ‘2000년 통일환경과 남북관계 전망’에 따르면 전망은 비교적 밝다. 통일연구원은 이 보고서에 “북한이 미국 일본을 포함한 대외관계에서 어느 정도 자신감을 회복한데다 우리 정부도 대북포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방침임을 천명하고 있어 관계개선의 가능성은 그만큼 높다”고 전망했다.

물론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전술이 변하지 않았고 일상적인 대남정찰활동에서 빚어질 우발적인 충돌 가능성도 상존하는 게 사실이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미, 대일관계 개선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고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남북 간 경제협력과 교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 남북한은 어느 때보다 화해와 협력지향적인 관계로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한해 대북정책에 기본지침을 제공하고 기초자료가 되는 이 보고서를 요약 소개한다.》

▼통일환경▼

2000년 동북아시아에서는 강대국들의 경쟁과 협력이 병존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우세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 일본 러시아가 역내에서의 역할증대를 위해 경쟁할 것이다.

미국과 일본의 전역미사일(TMD) 연구개발과 중국 내 인권문제 및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가능성으로 인해 각국 사이의 정치안보적 갈등이 지속될 것이다. 대만총통선거(3월) 이후 미국 내에서 대만을 TMD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강력하게 제기될 것이며 티베트문제와 중국 내 인권문제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예상된다.

중국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강화하여 미일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일과 중국 러시아 사이에 조성되는 경쟁구도는 냉전시대의 대립구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4국이 모두 대내 경제발전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지역안정 유지와 상호 경제협력 확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주변 4국과 북한과의 관계개선이 예상된다. 이는 북한의 체제불안의식을 감소시킴으로써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은 ‘페리보고서’에 제시된 대북 포괄적 접근에 입각해 북한 핵과 미사일문제 해결 및 한반도 냉전 종식을 위해 북한과 협상을 추진할 것이다. 일본은 미-북협상과 병행해 대북수교협상을 진행하면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것이다. 중국은 미-북 및 일-북관계 개선에 따른 영향력 약화를 방지하기 위해 대북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국과의 정치안보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러시아는 외무장관의 북한방문을 통해 북한과 ‘조-러 친선선린협조 조약’을 체결하고 대북 영향력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북한정세▼

△대내정세〓 북한은 올해도 김정일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각 분야에서의 ‘강성대국’ 건설을 강조할 것이다. 특히 21세기의 비전을 주민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제7차 당대회를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회가 개최되면 당비서의 보임(補任)을 비롯한 각급 당인사의 교체가 예상된다.

북한은 과거 경제난으로 발생한 사회일탈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상교육 강화, 일탈자 색출을 위한 각종 통제장치 보완, 농민시장과 암시장에 대한 단속, 중국과 북한간 국경지역 통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북한의 ‘선군정치(先軍政治)’적 군사우선정책 및 재래식무기의 현대화, 미사일 및 대량살상 무기의 개발도 지속할 것이다.

△대외동향〓 북한은 체제위협 요인 해소, 경제회복, 고립탈피 등에 유리한 대외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우선 미국과의 관계 진전을 통해 안보문제를 협의하는 한편, 경제지원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대일수교교섭은 일본의 대북 식량지원을 대가로 일본인처의 방일, 일본인 행방불명자에 대한 조사협조 등 관계 진전이 이뤄질 것이다.

중국과 북한 고위층의 상호방문을 통해 북-중간 우호협력관계는 한층 긴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해외투자 확보 및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유럽연합(EU) 및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진전을 추진할 것이다.

△대남동향〓 북한은 대미, 대일관계 개선을 위한 여건조성과 실익확보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일정수준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일회성 남북대화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남북대화의 전면재개는 배제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한총련 및 범민련의 합법적 활동보장, 남한의 총선을 이용한 대남 정치공세 등 통일전선전술을 지속할 것이다.

▼남북관계▼

북-미관계 및 북-일관계 진전에 따라 북한이 대외문제에 자신감을 회복하면서 남북관계 진전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전망이다.

△남북대화=북한이 남한의 4월 총선 이전에 보수여론 무마, 남한의 총선상황 이용 등의 목적으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제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고위급회담이 개최되더라도 북한이 선결조건을 양보하지 않는 한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반기에는 대북 비료 및 농약 지원 등과 관련한 남북차관급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지만 대북지원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차관급회담은 4월 총선 이후에 열릴 수도 있다. 차관급회담이 열려 이산가족의 생사확인, 편지왕래, 시범적 상봉 등에서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도 있지만 당국간 합의에 의한 대규모 상봉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북포용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에 의해 김대중(金大中)정부의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자회담=4자회담의 진전은 대북포괄적 접근에 관한 북-미 고위급회담의 진전과 관련돼 있다. 그러나 북-미 고위급회담이 개최되면 북한이 4자회담에는 형식적으로 임하면서 주로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가능성도 있다.

△교류협력=남북교역은 경수로 본공사의 시작, 금강산관광사업 및 대북 지원물자의 반출 증가로 인해 비거래성 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다. 사회문화 교류협력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금강산관광과 연계된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북한이 교류협력의 확대로 인한 개방여파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고 사업선정에 신중을 기할 가능성도 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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