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벼락심의 불보듯…처리시안 17일 앞으로

  • 입력 1999년 11월 15일 23시 20분


여야가 15일 국회정상화에 합의했지만 정형근(鄭亨根)의원의 국회본회의 ‘언론대책문건’ 폭로로 시작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열흘 이상 계속되는 바람에 2000년도 ‘밀레니엄예산’에 대한 충실한 국회 심의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여야가 정기국회 예산안 처리시한(12월2일)을 17일 남겨놓은 15일까지도 상임위 예비심사는커녕 예산결산특위조차 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의 이날 합의대로 하더라도 상임위 예비심사는 3일 안에, 예결위 예산심사는 일주일 안에 마쳐야 하는 등 ‘벼락치기 심의’가 불가피하다. 특히 본격적인 예산심의를 할 예결특위 소위는 이달말에야 구성될 것으로 보여 국회 안팎에선 “‘밀레니엄예산’이 심의단계에서부터 부실로 얼룩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편이다.

이와 함께 소득세법 법인세법 주세법 등 15개 안팎에 이르는 예산안 부수법안에 대한 상임위 심의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부실심의는 불을 보듯 뻔하다.이 때문에 국회가 세수(稅收)의 근거가되는세법의윤곽도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예산안을 짜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실종’의 여파는 예산안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정부는 당초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청량음료 TV 냉장고 화장품 피아노 등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다음달 1일부터 이들 제품의 가격을 10∼20% 인하할 계획이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이 때문에 국민에 대한 세부담 경감조치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가격인하를 예상한 소비자들의 구매연기로 제조업자 및 유통업자 또한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됐다. 또 통합방송법의 통과 지연에 따라 위성방송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못하는 바람에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무궁화위성의 방송채널 또한 당분간 ‘공회전(空回轉)’할 수밖에 없는 형편.

이같은 피해는 지방자치단체까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열악한 지방재정기반의 확충을 위해 현재 13.27%인 지방교부세 법정교부율을 15%로 상향조정하는 내용의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상정해 놓은 상태. 그러나 법안처리가 계속 늦어질 경우 지방재정의 부담증가로 파산위기에 빠지는 지방자치단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