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국회 대표연설]개혁정책 원칙 제시 촉구

  • 입력 1999년 10월 20일 19시 33분


여야 의원들은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대표연설을 차분한 분위기 속에 경청했다. 국가정보원의 도청 감청 의혹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의 모습이었다.

이총재는 이날 현 정권의 정책 난맥상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정책대안을 제시했지만 원색적인 용어 사용은 자제했다. 이총재는 도청 감청문제 등을 집중거론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개혁의 실패와 경제정책의 난맥상을 지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현 정권의 개혁정책은 외국자본의 요구를 맞추기에 급급한 나머지 우리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과속으로 추진되거나 총선을 의식해 물량적 성과 중심으로 졸속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총재는 졸속개혁의 대표적인 사례로 대기업 빅딜정책, 국민연금제도 개혁, 농축협 통합, 교육개혁 등을 꼽았다.

이총재는 개혁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표 설정, 국민적 합의와 동참, 원칙과 기준 견지 등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개인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신(新)인본주의’를 개혁의 목표로 제시했다.

이총재는 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위기 극복과 경제회생을 업적으로 내세우는 데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현 정부 들어 관치경제와 관치금융이 도리어 강화된데다 실업문제 농어가부채문제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이총재는 정치개혁의 기본방향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여권이 주장하는 선거구제 변경은 정치개혁의 핵심이 아니다”며 중선거구제 반대입장을 거듭 밝혔다.

특히 이총재가 “국민회의 강령에서조차 ‘중대선거구제는 당내 파벌 성행, 막대한 선거비용, 정국의 불안정성과 신진인사 진출제약 등의 폐해가 심각해 세계 주요 국가들이 폐기한 제도’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말하자 국민회의 의원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연설문 작성이 안된 상태에서 대표연설 일정이 잡히는 바람에 이총재는 19일 밤 늦게까지 직접 원고를 손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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