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세풍자금 은닉의혹 공방 치열

  • 입력 1999년 8월 2일 19시 54분


여야는 제206회 임시국회가 개회한 2일에도 세풍(稅風)자금의 은닉의혹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여권▼

국민회의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대부분의 당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야당을 궁지에 몰 수 있는 ‘호재’라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도덕성 문제를 부각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추경예산안 처리에 지장을 받을까 우려해 야당에 대한 공개적 직접적 자극은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영일(李榮一)대변인은 이날 확대간부회의가 끝난 후 “국세청을 앞세워 동원한 자금 중 한나라당에 입금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착복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일부 당직자들은 “세풍자금을 은닉한 한나라당 의원이 알려진 것보다 3,4명 더 있다” “한나라당 모의원은 대선자금 중 일부로 부인에게 1억원짜리 골프 회원권을 사주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는 “이번 사건이 추경예산안 처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원만한 국회운영을 강조했다.

자민련은 총재단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들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강경한 분위기였다.

▼한나라당▼

여권 공작설을 제기하며 대여(對與)공세 수위를 높였으나 수해 때문에 속도는 조절키로 했다. 또 대선자금 은닉설에 거론된 당사자들은 이날 오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해명에 나서는 등 ‘내부 추스르기’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의총에서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은 “얼마전 92년 예금통장을 압수수색해 1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뒤졌다는 통지서가 날라왔다”고 밝힌 뒤 “나를 샅샅이 뒤지는 것은 총재 측근을 도덕적으로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이총재를 흠집내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범(朴成範)의원은 “당으로부터 공식 결재를 받아 자금을 받았을 뿐 대선자금을 은닉한 적이 없다”면서 “측근과 비(非)측근으로 편가르기를 해서는 안된다”며 단합을 촉구했다.

서상목(徐相穆)의원도 “여권이 대선자금문제를 전례없이 1년반동안 장기조사하면서 악용하고 있다”며 총력대응을 호소했고 하순봉(河舜鳳)총재비서실장도 “이 문제로 당내에서 의혹을 밝히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여권의 음모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이어 열린 비공개토론에서 “DJ는 정치 9단이 아니라 정치술수 9단이다”라는 등의 여권 비난 발언이 쏟아졌으나 당 분열을 우려한 탓인지 이총재 측근을 겨냥하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양기대·이원재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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