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閔씨 계속 억류땐 관광객 달러 안보내겠다』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4일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 억류와 관련해 “북한이 민씨를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객도, 달러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민회의 원외지구당위원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그렇게 유약한 정부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민씨가 머지 않아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서해교전사태, 민씨 억류사건 등 일련의 북한측 도발행위가 벌어진 뒤 처음으로 공식표명된 정부의 강경방침으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남북교섭 상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이같은 발언과 관련해 “그동안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여러가지 문제 지적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간 협상 상황을 감안해 표명한 방침”이라면서 “앞으로 정부는 햇볕정책의 원칙적 기조는 유지하되 국익이 훼손되거나 현저하게 여론의 대세를 거스를 정도의 대북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민씨 석방을 위해 남북협상 및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을 압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진행 중인 북―미 고위급회담 채널을 통해 민씨의 인도적 송환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정부는 민씨가 석방되더라도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금강산 관광선 출항을 당분간 허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에 성의를 보이는 등 베이징 남북차관급회담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대북 지원 비료 2차분 10만t의 출항을 무기 연기키로 했다.

이에 따라 북한 억류 엿새째로 접어드는 민씨 석방을 위한 현대측과 북한 아태평화위측의 협상은 이번 주말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직 북한으로부터 민씨 문제에 관한 확답은 없다”며 “북한이 금강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현대로부터 매달 받는 800만달러가 6월30일 송금될 예정인만큼 그 전에 북한측이 민씨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SC 상임위원회 사무처장인 황원탁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북한이 실리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게 오래 붙들고 있어봐야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므로 상황은 더이상 악화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번 주말경 민씨가 석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김윤규(金潤圭)㈜현대아산사장을 베이징으로 급파해 북한 아태평화위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측 관계자도 “협상 내용은 일절 공개할 수 없으나 빠르면 25일경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해 협상이 다소 진전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제균·윤영찬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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