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수뇌부 일괄사표 소동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04분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은 8일 협동조합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느닷없이 사표를 썼다.

장관뿐이 아니다. 김동태(金東泰)차관과 박창정(朴昌正)차관보 안종운(安鍾云)기획관리실장도 장관을 따라 사직서를 냈다. 이들의 사표는 현재 농림부 총무과장이 보관중이다.

농림부 수뇌부의 일괄 사표는 이날 오전 열린 간부회의에서 김장관이 협동조합 개혁의 ‘배수진’을 치자는 취지로 제의해 결정됐다는 후문.

김장관은 “협동조합 개혁은 우리 농업의 사활과 농림부의 존망이 걸린 시대적 과제”라며 “장관직을 걸고 이 문제를 마무리짓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표명했다고.

장차관의 사표제출 소식이 알려지자 직원들은 배경과 진의를 파악하느라 촉각을 곤두세웠다.

농림부측은 파장이 커질 기미를 보이자 이날 사표가 물러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을 더 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거듭 강조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일부 간부들은 협동조합 개혁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때아닌 사표소동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며 곱지 않은 시선.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부하직원인 총무과장을 불러 사표를 보관케 한 것도 난센스라는 지적.

한 직원은 “사표를 쓰자고 제안한 장관이나 군소리없이 응한 간부들이나 딱하기는 마찬가지”라며 이런 행동보다는 진지한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일침.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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