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의 봄」오나?/4가지 변수 점검]

입력 1999-02-07 20:22수정 2009-09-2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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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강경대치의 터널에서 빠져 나와 대화복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해빙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냉기류는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다. 휴일인 7일에도 여야는 인천에서 각각 공단순방과 장외집회를 통해 ‘지역감정 선동중단’과 ‘야당파괴 중단’을 요구하며 여론몰이전을 펼쳤다. 야당은 여권의 ‘동진(東進)정책’에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며 당분간 원내외투쟁을 병행한다는 전략이며 여권은 야당의 대화의지에 불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측도 여전히 여권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감추지 않고 있는 등 여야 화해로 가는 길목에는 암초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 이들 과제를 점검해본다.》

▼한나라 장외집회

한나라당은 과연 장외투쟁을 중단할까. 설연휴를 전후해 대여(對與)강경투쟁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이미 이회창(李會昌)총재 진영내에 폭넓게 형성돼 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의원은 7일 “이총재가 인천집회를 끝으로 원내로 복귀할 의사가 분명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당내 비주류와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이제 대화로 풀 때”라는 주장도 이총재의 방향전환을 심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총재측의 입장은 다분히 ‘조건부 화해론’이다. 최근 나온 여권의 화해의 손짓이 정면돌파가 어려워지자 야당을 우회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전술적 변신이 아니라는 가시적인 태도변화가 보이지 않는 한 장외투쟁을 당장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창구는 열려있지만 강경을 포기하고 무조건 유화로 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확인했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제 공은 여당쪽에 넘어가 있다”며 “설연휴 때까지 당분간은 원내외 투쟁을 병행하며 여권의 태도변화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이 장외투쟁을 중단할지의 여부는 앞으로 여권의 대응과 함수관계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여야 총재회담

여권의 대화기조선회로 관심을 끄는 대목은 여야총재회담이 성사될 수 있느냐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대화기류형성에도 불구하고 아직 구체적인 여건변화는 없다.

신임 김정길(金正吉)청와대정무수석은 8일 인사차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방문, 총재회담개최를 위한 탐색에 나선다.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 한나라당 이부영(李富榮)총무는 설연휴가 끝난 직후 대화를 재개한다.

그러나 최대 걸림돌인 상호불신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여야 모두 상대방이 대화의지가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

국민회의 한 고위당직자는 7일 “이총재가 총재회담생각이 없는 것같다. 자꾸 요구조건이 달라지지 않느냐. 청와대의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도 잘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회창총재도 이날 인천집회를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람을 누구로 바꾸느냐보다도 청와대의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있어야 한다. 정계개편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정국구상을 갖고 있는 한 달라질 것이 없다”고 여권의 자세전환을 촉구했다.

그럼에도 여권의 적극적인 대화추진과 한나라당의 장외투쟁중지가 맞물려 설연휴가 끝나면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적지 않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DJ-YS관계

최근 여권이 보인 일련의 화해손짓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간의 불편한 관계를 회복시킬수 있을까.

김전대통령측은 여권에 대해 변함없이 냉담한 반응이다. 오히려 냉소적인 분위기가 짙어져 가는 느낌이다.

김전대통령의 측근인 박종웅(朴鍾雄)의원은 7일 김전대통령과 통화한 뒤 “얼음장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전대통령은 청문회에서 정태수(鄭泰守)전한보그룹총회장이 대선자금제공사실을 시인한 데 대해 ‘공작정치’라며 계속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부 개각과 정무수석의 교체에 대해서도 김전대통령은 “아예 말도 꺼내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김전대통령은 최근 여권에서 청문회증언과 현철(賢哲)씨의 사면문제를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해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결국 자신을 끝까지 욕보이려는 게 여권의 의도라는 불신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같은 김전대통령측의 강경반응에 대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근 상도동의 기류는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의 화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영남지역 기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정길(金正吉) 김기재(金杞載) 노무현(盧武鉉)씨 등 부산 경남출신인사들을 전진배치한 것은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야당의원을 몇명 영입하는 식의 우회전략보다 이들 3인방을 앞세워 부산 경남지역을 확실한 동반자로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의 부산 의원들은 “사람 몇 명 기용했다고 당장 이 지역 민심이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여권의 부산상륙작전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상당히 경계하는 분위기다.

신상우(辛相佑)국회부의장은 “그 사람들로 인해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보다 설연휴 이후 김대통령의 정계개편구상이 가시화하면 뭔가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의원은 “여권이 대구 경북(TK)쪽이 잘 안되니까 부산 경남(PK)쪽으로 눈을 돌린 것 같다”며 “여권이 지역경제활성화 등에 공을 들이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방어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구 경북 의원들은 “영남권 민심은 여권으로부터 등을 돌린지 오래”라며 “영남권인사를 내세워봤자 도리어 이 지역 사람들을 자극할 뿐”이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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