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환란 3인방」엇갈린 책임론 공방

  • 입력 1999년 1월 27일 19시 30분


국민의 눈
국민의 눈
강경식 (姜慶植) 전경제부총리 김인호 (金仁浩) 전청와대 경제수석 이경식 (李經植) 전한국은행총재는 27일 국회 경제청문회에서 환란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서로 상반된 진술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외환위기 관련 증인과 참고인들에 대한 1차 신문과 증언 마지막 날인 이날 이들은 부분적으로는 서로 감싸고 돌면서도 결정적인 대목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미루는 답변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일부 증인은 시민단체 언론 정치권의 책임론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정책이 주위 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환란원인〓강전부총리는 27일 국민회의 장성원(張誠源)의원의 신문에 대한 답변에서 “환란은 기업의 차입경영, 고비용 저효율,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대외경쟁력 저하에 원인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환란의 직접 원인 중 하나는 시민단체 언론 정치권의 반대로 기아사태를 신속히 처리 하지 못한 것”이라고 외부에 화살을 돌렸다.

반면 이전총재는 이날 증언에서 “단기차입 증가에 따른 단기외채구조 심화로 유동성이 악화됐다”며 “금융기관에 대한 건전성 감독의 부실도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해 재정경제원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김전수석은 26일 환란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으나 ‘기업들의 빚’이 가장 심각한 요인이었다며 강전부총리를 거들었다.

김전수석은 “우리 경제구조 자체가 93년 이후 취약성을 드러냈다. 기업 금융 등 민간부문의 부실이 심화됐다”며 환란의 구조적 원인론을 폈다.

▽정책 오류 △외환관리책임〓강전부총리는 이날 국민회의 정세균(丁世均)의원의 질의에 대해 “외환시장 모니터링과 외환운용의 책임 및 권한은 법률상 한은에 있다”고 떠넘겼다.

그러나 이전총재는 자민련 어준선(魚浚善)의원의 신문에 “한은에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권한이 없으며 외환위기 감지와 외환관련 은행 건전성 감독은 재경원이 하게 돼 있었다”고 답했다.

그는 또 공적외화자산을 총액관리하는 최종 책임도 재경원에 있었다고 덧붙였다.

▽환율정책〓원화의 평가절하 압력이 계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고평가된 원화가치를 유지해 경상수지 적자 확대로 인한 외환사정 악화를 초래했다는 질의에 대해 강 전부총리는 “고평가됐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전총재도 “당시 환율은 물가상승률에 맞춰 올라가고 있었던 만큼 고평가돼 있지 않았다”고 강전부총리를 옹호했다.

그러나 이전총재는 25일 증언에서 “당시 환율은 생각해볼 점이 많았으며 재경원과 긴밀한 협의를 했다”고 다른 발언을 했었다.

반면 윤증현(尹增鉉)전 재경원 금융정책실장은 25일 “97년초부터 청와대경제수석실에 환율 현실화를 강력히 건의했으나 경제수석실에서는 줄곧 말도 못꺼내게 했다”고 말했다.

▽펀더멘털 논쟁〓강전부총리는 “6% 정도의 성장과 물가 안정으로 10월까지만해도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은 튼튼했다”고 경제체질 튼튼론을 폈다. 따라서 10월말까지만 해도 외환위기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전총재는 이날 “펀더멘털이 좋더라도 외환의 수급에 의해 단기적으로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고 상반된 견해를 피력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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