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당내 일부 의원들이 법안통과 저지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제기했고 박총무는 6일 오후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박총무는 이날 밤 기자들과 통음하는 자리에서도 “실력이 없으면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책했다.
당내에서 대표적인 온건협상론자로 꼽히는 박총무는 ‘529호실 사건’이 벌어진 뒤 여야가 강경대치하면서 설 자리를 잃어갔다.
그는 이번 사태의 와중에도 여당측과 정치적 타결책을 모색하는 데 골몰했으나 당내 소장파로부터 “투쟁해야 할 시점에 무슨 협상이냐”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박총무는 7일 오전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당 지도부에 정식으로 사퇴의사를 밝혔다”고 통보하면서 “이제 그만하면 목적을 달성한 것 아니냐”며 조심스럽게 타협책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박총무는 여당의 단독법안처리에 대해서는 “여당이 날치기처리하는 방망이 소리를 들으니 민주주의의 장송곡을 듣는 것 같았다”며 여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어디에나 강 온 양론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 당의 스펙트럼은 너무 넓다”며 그동안 당력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쉽지 않았던데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박총무는 “의원총회에서는 당장이라도 온 몸을 불사를 것처럼 말하면서도 막상 일이 벌어지면 앞으로 뛰어나오는 의원이 없어 애를 태웠다”며 당의 투쟁력 빈곤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